늪|김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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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울지를 말아라
울음을 버린다
해방된 근 30년의 울음이
번지 없는 마을을 헤매다
허방에 빠진 발목이
오월 아카시아 꽃 속에 떠오른다
아카시아 꽃이
푸른 혼을 일깨운다
흘러간 유행가가
촉루를 때린다
울지를 말아라
울지를 마아
버린 울음이 허허벌판을
떠돌다가 늪에 빠진다
짙푸른 수초 그늘에서 솟아오른
눈뜬 시체
꽃잎이었으면 꽃잎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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