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 장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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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에서는 1967년 이후 냉동실 속에 들어 있는 사자가 15명이나 된다. 이들은 모두 죽자마자 액체 요소 속에 잠긴 채 섭씨 영하 2백도로 냉동됐다. 언제까지나 육체를 썩히지 않은 채 보존토록 하려는 것이다.
이것을 아무나 할 수는 없다. 우선 돈이 많이 든다. 냉동실 속에 들어가는데 8천5백 「달러」, 해마다 30 「달러」씩의 회비를 내야하고, 그리고 유지비만도 매년 1천「달러」씩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냉동되는지는 아무도 기약하지 못한다. 50년 후이든 1백년 후이든 의학이 발달되어 가령 심장병의 완치 법이 발명될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나 허망한 꿈 같지는 않다. 혹은 앞으로 50년이면 불로 장수의 꿈을 현대 의학이 실현시켜 줄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있다.
진시황이 서복으로 하여금 동해의 봉래산으로 불로 불사의 영약을 찾으러 보내기 훨씬 전에도 <포박자>의 저자 갈홍은 「단사」라는 약을 만들었었다.
이것은 합성하는데 9개월이 걸리고 9번의 조화에 의해서 되는 약이었다. 이것을 마시면 당장에 학으로 변해서 천년의 수를 지니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성분이란 그저 적색을 띤 유화 수은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불로 장수란 아득한 옛날부터 한결같이 사람들이 품어 온 꿈이었던 모양이다. 희뇌 신화에도 보면 「불사조」니 『「메디아」의 약초』니 하는 불사의 약초들이 많이 나온다. 이른바 회춘 약이라는 것 또한 고금 동서를 통해 수없이 많다. 그렇지만 이런 약 명들이 그렇게도 많은 것은 어느 하나도 효과가 없었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젊음이란 심신 어느 쪽으로나 약으로만 보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근래에 이르러 정신적인 안정과 조화를 중요시하는 동양 의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런 탓이리라.
중국의 의조라는 황제는 육욕을 버리는 것을 원기의 양원으로 여겼다. 맹자도 호연지기를 키우는게 건강의 본이라고 말했다.
심기를 키우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 그러니까 동양에서는 예부터 장수법의 비결이었다. 그리고 거병망병, 병중에 병을 잊는다는게 요긴한 치료법이기도 했다.
이것은 억지는 아니다. 현대 의학의 혁명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이른바 「스트레스」학설과도 그대로 부합되는 것이기도 하다. 「토마스·만」의 명작 <마의 산>을 보면 병이 요양자의 기력을 잃게 한다. 그리고 육체는 완치되어도 살아 나갈 의욕과 자신은 잃고 마는 것이다. 본지에 새로 연재되기 시작한 「불로 장수 법」에 보면 혈액의 산화를 막는 것이 모든 건강법의 시초요 또한 장수의 비결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것도 따지고 보면 「스트레스」에서 생긴 것이다. 최근에 미국학 회보에 발표된 것을 보면 「스트레스」 해소에는 종교·수면·음악·웃음 등이 제일이라 했다. 결국은 『무관으로써 정관을 삼는다』는 「내관」의 마음가짐이 제일이라는 얘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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