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3)|「비엔나」의 음악 풍토|김창환 <바이얼리니스트·서울 시향 악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하면 세계의 모든 음악인들이나 음악 애호가들이 마음속으로 동경하는 대상이며 또한 아름다운 음악에 대한 따뜻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음악의 수도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 중에서도 산수가 아름답고 물맛 좋고 미인이 많기로 이름난 「빈」올 가보면 우리는 도시에 꽉 차 있는 여러 가지 음악적 유물들이나 그들 시민들의 생활 감정을 통하여 음악적 향기를 직감하게 된다.
「베토벤」이나 「모차르트」가 거닐던 거리, 「슈베르트」가 산책하며 노래 짓던 숲속을 비롯하여 도심지 곳곳에 세워져 있는 악성들의 기념물들과 아름다운 공원·교회나 궁전 건물들의 고전미 넘치는 조각품들은 도시의 차분한 분위기와 함께 음악과 조화된 아름답고 우아한 정경들이며 또한 그들 시민들의 자랑인 것이다. 여기에 2백년이라는 찬란한 역사와 전통을 지켜 서양 음악의 창시적 역할을 해 온 음악의 도시 「빈」은 그의 영광과 전통의 상징으로서 「비엔나·필하모닉·오키스트러」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 「비엔나·필하모닉·오키스트러」는 단순히 세계 굴지의 우수한 「오키스트러」라기 보다는 높은 차원에서의 어느 독특한 신앙과도 같은 매력을 지니고 있다 할 수 있다.
5월의 「빈」은 특히 아름답다. 이때를 같이하여 해마다 펼쳐지는 「빈」의 국제적 음악 축제는 30∼40만명의 군중이 모인 「빈」 시청 대광장에서 「요한·슈트라우스」의 「월츠」나 「오스트리아」 민속춤 등으로 시작되어 성대히 개막된다.
밤새도록 시내 곳곳의 광장에서 음악이 울려 퍼지고 같이 노래하는 시민들을 볼 때 그들이 얼마나 음악을 생활 속에서 즐기며 또 소중히 하는가를 알 수 있었다. 특히 필자는 「빈」의 상징인 「비엔나·필」의 연주를 들으면서 음악 예술이 인간에게 미치는 그 위대성을 새삼 느끼곤 했다.
감미롭고 조화된 아름다운 음색과 부드러운 관현들의 균형, 기질적이 아닌 온순하고 낭만적인 단원들의 우아한 연주는 「빈」풍의 음악 감정을 무엇인지 독특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오스트리아」의 국적을 가지고 「빈」에서 공부한 음악인만이 입회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오키스트러」의 단원 자격은 엄격하다. 1백20명의 단원들은 각기 음악가로서의 개성이 뚜렷하며 일가를 형성한 품격들을 가지고 있고 국가 상급 공무원의 대우를 받고 있다.
역사상 험난했던 많은 과거에도 굴함이 없었던 「비엔나·필」은 단원들과 지휘자와의 불화를 없애기 위해 1954년 이후 단원들의 합의제를 채택, 그들이 원하는 지휘자를 선택해 왔다.
1백여명의 각기 개성이 다른 음악가들의 소리를, 소리 안내는 지휘자 한 사람의 음악으로 통일하는데는 그 지휘자의 역량이 단원들보다 우월해야 된다는 것은 절대적인 조건인 것이다.
이러한 의미로 볼 때 단원들이 젊은 지휘자 「클라우디오·아바도」를 「비엔나·필」의 종신 지휘자로 선택했다는 것은 「아바도」의 역량과 품격과 높은 음악성을 증명해 주고도 남음이 있다.
바로 이 「오키스트러」가 「아바도」와 함께 우리 나라에 처음으로 오게 되었다니, 그것도 「비엔나·필」이 탄생한 기념일인 3월28일이고 보니 실로 감회 깊고 의의 있는 일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이들 단원 중에 필자와 친분이 있는 음악인들이 있다고해서 뿐만이 아니라 필자는 진심으로 「비엔나·필」의 내한을 환영하며 그들의 서울 공연이 우리 나라 악단발전에 큰 수확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