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WCA봉사원 문태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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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 가정의 주부로서 남을 위한일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우리형편으로는 아직 벅찹니다. 그러나 어떤 신념을 갖고 자기의 생활을 분석해본다면 그것이 꼭 해야할 일이라는 것을 알게될 것입니다.』 이미 30여년동안 부인「클럽」·동창회·자선단체의 봉사위원으로 활약해온 문태임여사(대한YWCA연합회이사)는 『여성들의 봉사활동이 거창한 사회활동처럼 오해되어선 안된다』는점을 우선 들고 있다. 결혼후 동창회(개성호무돈고녀)일을 맡기시작하면서 단체를통한 봉사에 관심을 쏟아왔다는 문여사는 현재 대한YWCA 회계이사(건물관리위원장)를 비롯하여 대전의 호무돈여고 재단이사장, 그리고 미망인모임인 중앙부인회의 찬조회대표등 일을 맡고 있다.
『좋은일을 하는 이런단체에나가 봉사하려면 자신의 지위나 명예, 이권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는것이 평소의 나의소신입니다.』 순수하게 「일을한다」는 정신을 그는 강조한다. 그렇기때문에 문여사는 참가하고있는 단체일에는 끝까지 열심히 하는것을 신조로 삼고 있다. 무급봉사이기때문애 자칫 풀어지기쉬운 시간지키는 일헤서부터 엄격하게 사무를맡아 책임을 다하도록 항상 긴장을 풀지않는다고 그는 말한다.
30여년전 처음 개성에서 동창회 일을 맡았을때 집에서는 갓난아기의 어머니로, 또 남편과는 사업보조자로 회사일을 하면서 점심시간을 틈내어 일을 봐주었다. 그래서 점심은 거를때가 많았고 그것이 지금까지도 습관이 되었다고한다. 요즘도 그는 하루 취침시간이 4, 5시간을 넘지 않는다.
『몸이 건강하고 젊었을 시절부터 항상 바쁘게 생활해왔기 때문』이라고 문여사는 말한다.
지금은 다 장성하여 결혼한 1남4녀 5남매를 키우면서 한번도 우유를 먹이지않았고 김치담그는 일이나 반찬만들기도 한번도 남의 손을 빌어보지 않았다고한다.
부군 박순원씨(66)와는 23세때 결혼하여 빈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문여사는 개성특산물인 인삼연구에 착상, 27세때 약제사면허를따서 남편과함께 「고려인삼연구소」를 내었고 결국 일정때 최초로 인삼차(분말)를 개발하여 전매특허를 얻어 외국수출을 했다.
『젊었을때 무척 고생하며 돈을 모았는데 6·25전쟁으로 모든것을 잃고 나니까 인생관이 많이 변했읍니다.』 그동안 틈틈이 시간내어 조금씩 남을 도와왔던 일들을 더욱 소중히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재산은 들어올때만 내 물건이지 결국은 일시적인 것입니다. 결국은 떠나가고 맙니다. 이런 것을 깨닫고보니 재산을 탐낸다는것이 오히려 어리석은 일로 보여집니다. 바르게 살면서 남을 위해 일한다는 것이 중요하지요.』
부산피난시절 문여사는 호무돈동창회장일을 맡고있었다.
학교장부가 하나도 없었기때문에 특히 졸업생들의 서류를 꾸미지 못하고 있었다.
문여사는 국민학교와 중학에다니던 5남매를 총동원하여 50년역사의 졸업생명부를 만들기 시작했다. 사람을 통해 수소문하고 사진과 회지같은 것을 수없이 모아 하나씩 뽑아냈다. 일정때의 창씨때문에 혼란이 컸다. 그러나 결국 거의 빠짐없는 졸업생명부를 만들었다.
문여사는 이일을 아직도 가장큰 보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어떤때는 내가 왜 이런 어려운 일을 하는가 문득 생각하다가도 그것이 하나씩 내힘으로 이루어져가는 것을 보면 그때마다 새로운 의욕이 솟아납니다.』
문여사가 대한YWCA에 참여하기는 l958년 Y「틴」위원으로 추천되면서였다.
미국 유학을 떠난 맏딸이 공항에 마중나온 사람을 만나지 못했을때 그곳 YWCA에 전화하여 자원봉사대의 따뜻한 도움을 받았던 일을생각하여 문여사는 선듯 일을 맡겠다고 나섰다.
『봉사기관의 활동은 바로 그런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한가한 부인들이 친목하는 곳이아니고 기관을 통해 큰일에 도움을 주어야지요.』
그는 요즘 『나도 참가시켜달라』고 부탁해오는 부인들을 대할때마다 『순수하게 일을 해낼 자신이 있는가』를 다짐한다.
묵묵히 일을 한다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더우기 큰 단체의 일을 도와줄때는 그기구에 대한 많은 연구를 아울러 해야되기 때문에 시간이 바쁘고 또 상당한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문여사는 요즘 아침10시에 Y연합회로나간다. Y연합회건물에 세들어있던 「유항제철」이 포항으로 이전하기 때문에 새로운 입주자를 구하느라 숫자가 빡빡한 장부를들고 하루종일 계산하는 일에 바쁘다. 『환갑이 멀지않아도 내가아직 병없이 젊을때와 똑같이 일을 할수 있는 것은 아마 이런 긴장된 생활을 하기때문인것같아요.』 학교시절 농구선수였던 문여사는 젊은사람들과 활기있게 일할때면 『나이를 잊어버리게 된다』고 말한다. <윤호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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