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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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동안 보이지 않던 참새 떼들이 도심의 가정집 정원에도 몰려다닌다. 이래서 오래간만에 새들의 합창이 여기저기서 들리기도 한다.
대기오염이 해마나 심해 가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지만, 아직은 공해가 새들을 몰아낼 만큼 심하지는 않은가 보다. 그러니 금엽령이 효력을 본 탓이라 할까?
새들은 도시에만 찾아온 것은 아니다. 농촌에선 새들로 인한 피해가 막심하다고 새삼 문제되고 있을 정도다.
자연에는「식물연쇄」라는 현상이 있다. 초식동물이 초목을 먹고, 그 초식동물을 육식동물이 삼켜 먹고, 육식동물의 사체는 미생물에 의해 땅속에 돌아가서 식물의 양분이 되고 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또 자연의 조화를 지탱하는데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미「애리조나」주의 한 고원에 4천 마리의 사슴이 살고 있었다.
그러나 야수들 때문에 좀처럼 그 번식이 늘지 않았다. 그래서 금엽구를 조정함으로써 사슴을 보호하기로 했다.
사슴은 그 후 20년 사이에 10만 마리로 늘어났다.
그러자 먹을게 달려 사슴들은 굶어 쓰러져갔다. 한 겨울 사이에 60%나 죽었다.
이것은 약육강식과는 다르다. 자연의 균형을 위한 것이다. 새들도 마냥 늘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해독에도 따라서 한정이 있기 마련이다. 그게 두려워서 새를 잡아야 한다면 또 다른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벨기에」에는 가을만 되면 3만명 가량의 새 잡이가 각국에서 몰려온다.
1902년에 서구 14개국은 새 잡이를 금했으며 이는 1950년에 재확인됐다. 그러나「벨기에」는「스페인」·「이탈리아」와 함께 그 예외가 돼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 값은 서독·화난·영·불에서는 엄청나게 비싸다. 이것을 노린 새 밀수 꾼 들은「벨기에」에서 새를 잡으면「진」(주)속에 새머리를 틀어넣어 술을 먹여 잠들게 한다.
아니면 새 부리에「스카치·테이프」를 바른다. 그 다음에「나일론·스타킹」속에 넣어서 「브위셀」·「앤트워프」·「리에지」등 시장에 몰래 팔아 넘긴다. 새가 죽으면 장사는 물론 끝장이 난다. 그러나 이렇게 억지로 술을 먹여 갇힌 새들의 90%는 10일을 넘기지 못한다. 이리하여「벨기에」정부에서는 농촌에 살충제를 뿌리도록 엄청난 보조금을 지급해야할 형편이다. 구충의 역할을 맡아온 새들이 줄어든 때문이다.
하기야 새들의 무리 때문에 일어나는 비행기사고가 미국에서 만도 매년 1천 6백 건이 넘는다. 일본에서는 비행장 밖으로 새들을 몰아내기 위해 특수음향장치를 쓰기로 했다.「캐나다」에서는 또 사고방지를 위해「레이더」에 의한 조군 이동측후소도 만들었다.
그러나 구더기가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근다면 말이 안될 것이다. 식물연쇄나 자연의「밸런스」는 둘째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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