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핵 시대의 비 핵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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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갈르와」장군 회견>
【파리=주섭일 특파원】본사 주섭일「파리」특파원은 월남전쟁이 낳은 새로운 전략·전술 등 월남전의 군사적인 의의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월남전후의 방위전망을 타진하기 위해 「프랑스」최대의 핵 전략가이며 군사평론가인「피에르·갈르와」장군과 회견을 가졌다.
주=군사적인 측면의 월남전은 새로운 전략·전술을 낳은 것 같다. 미-월맹의 전략전술 적인 새 양상은 어떤 것이며 그것은 군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갈르와=월남전의 새로운 전략·전술적 양상은 한마디로 전자전략 적인 성격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사실로서 먼저 미국의 입장에서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전자장비가 대거 동원됐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새로운 전략은 월맹 측에서도 소-중공의 원조로 그 양상을 달리하게 되었다.
B-52기의「하노이」「하이퐁」을 비롯한 대량 북 폭은 이 같은 현상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태국 등의 기지에서 출격한 B-52기가 지금까지 북 폭 함에 있어 거의 월맹전투기에 의해 위협받은 바도 없었거니와 소련 제「샘·미사일」의 위험으로부터도 별다른 위협 없이 잘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3일 동안에 걸친 북 폭에 있어서 만도 20여대의 B-52기가 격추되어야만 했던 놀라운 사실은 과연 무엇에 기인되는 것인가? 먼저 미-월맹간의 공방전에 있어서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월맹방위장비에 있어서 새로운 성능의 원거리포착「레이더」망을 이용, 미군기의 기습을 사전에 탐지하는 성능이 한층 더 발전했다.
뿐만 아니라 지상에서 쏘아 올리는「샘·미사일」에 있어서 B-52기에 정확히 맞추어 뜨리는 유도전자장비가 새롭게 등장했다는 사실들을 들 수 있다.
이 같은 새 장비는 아마 틀림없이 소련에서 제공된 것인데, 종전의「샘·미사일」을 약간 개조한 것으로 짐작된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까지는「샘·미사일」발사기지에서 발사간격과 속도를 10초마다 1번씩 쏘아 올렸는데 이것도 B-52기의 전자교란장비 앞에 거의 무력한 상태였던 것이 1분에 10번씩 발사되는「샘」의 등장으로 이번 북 폭을 통해 월맹방공 망 체제에 놀라운 변화를 드러낸 것이다.
이 공방전에 있어서 제기되는 새로운 문제는 비단 신무기의 기술적인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공방도중에 있어서 쌍방의 기지와 민 활성에도 상당히 좌우됐다는 점이다. 놀라운 일은 이번 북 폭 재개에 있어서 미 전략공군이 첫날의 경험만으로도 새로운 대책의 필요성을 절감 할 수 있었을 텐 데도 2차 3차…계속적으로 출격했다는 사실이다. 내 의견으로는 첫날 하루의 경험으로써 즉시 북 폭을 중지하고 새로운 대책을 강구했어야 했다.
바로 이 사실이 미 전략공군을 경악시킨 것으로 이번에 소련이 제공한 새로운「레이더」 망은 B-52기로부터 보내는「람」이라는「레이더」방해전파조차도 식별해내는 성능을 지니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새로운 소련의「레이더」망은 때로는 작용을 하다가 때로는 작용을 중지하곤 하면서 B-52기로부터의 공격을 교묘하게 피했던 것 같다.
요컨대 월맹의 지대 공「미사일」과 미 중폭격기간 공방전의 새로운 양상은 서로의 기지와 민 활성의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는 것 같다.
즉 미-소의 전자 장비의 끊임없는 개량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으며 쌍방의 전략도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주=이같이 전자장비가 총동원되다시피 한 월남전을 새로운 전쟁의 원형으로 볼 수 있겠는가?
갈르와=내 개인 견해로는 새로운 전쟁의 원형으로서는 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먼저 미국과 월맹이라는 아주 완전히 다르고 특이한 두 교전국을 상대시키는 전쟁은 또다시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이다. 거대한 미국의 군사력으로써 이런 류의 전쟁을 가까운 시일에 또다시 재연한다는 것은 미국의 체면을 손상시키는 일로서 마치 소련의「헝가리」와「체코」침공처럼 미국의 명예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1940년부터 30여년 동안 싸우고 있는 월남국민으로서는 이제 거의 한 세대가 전쟁의 공포와 비 참과 파괴력에, 말하자면 익숙해져서 그와 같은 대규모 북 폭도 이 국민의 투쟁력을 약화시키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러한 폭격이 월남내의「게릴라」기지와 월맹정부군의 보급로를 파괴하여 군비 면에서 향상된「사이공」 정부군을 돕는데 1차 적인 목적이 있다. 이러한 모든 점을 고려해 본다면 월남전과 같은 양상의 전쟁이 조만 간에 다시 가능할 것 같지 않다는 점에서 나는 이 전쟁을 어떤 새로운 전쟁의 원형으로서 보고싶지 않는 것이다.
주=신임 미 국방장관이 협상이 깨어질 경우 원폭사용을 시사한 것으로 보도된바 있는데 월남전에서의 원폭사용은 가능할까?
갈르와=그럴 수 없다고 본다. 미 국방장관의 발언도 와전된 것으로 나는 알고 있다. 어쨌든 핵무기의 사용은 미국영토 내에 어떤 중대한 손실을 가져오는 외에는 가능성이 전혀 없다.
물론 월맹 측이 핵무기를 보유하게되고 또 사용한다면 미국이 핵 보복을 할 가능성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그것도 희박하다고 나는 본다. 미국뿐만 아니라 소련도 영-불-중공과 마찬가지로 자기들 영토이외에서 벌어지는 국지전쟁에 있어서 핵무기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주=만일 월남휴전이 실패로 돌아가서 미국이 다시 개입한다면 중공은 어떤 태도로 나올 것인가?
갈르와=중공이 그러한 경우에도 직접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나는 본다. 왜냐하면 중공은 지금까지 월남전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왔으며 물론 월맹에 다대한 원조를 제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미국에 대항해서 중공이 전쟁을 한다는 것은 아무런 이익이 없을 것으로 본다. 중공으로서는 연 8천km나 되는 국경으로 소련과 국경분쟁에 휘말려 있는 상태에서 정반대인 남쪽에서 미국과 다시 전쟁상태에 들어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주=그렇다면 월남의 장래와「아시아」방위와의 함수관계는…?
갈르와=참 어려운 문제인데…. 내 견해로는 월남이「유고」와 비슷한 국가형태로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미-소-중공의 3대강국으로부터 독립해서 어떤「블록」에도 예속되지 않는 그런 길이 가능하지 않을까.
왜냐하면「하노이」정권은 항상 그들의 야망대로 월남을 내려다볼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열쇠는「사이공」정부에 달려있다. 정치·경제적인 면에서 그들의 역량과 미국이 지원하는 군사적 이점을 여하히 잘 선용해서「하노이」와 성공적으로 대결해 나갈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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