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대해부] 공단 운용인력은 42명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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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시 충주호 인근의 청풍리조트.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연금 가입자의 레저생활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9백47억원을 들여 2000년 문을 열었다. 특2급인 레이크호텔과 관광1급인 힐호텔을 합쳐 객실수가 2백76개이고 수영장.헬스.사우나 등 부대시설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운영실적은 형편없다. 객실 가동률은 37.8%로 인근 수안보의 H콘도(74%)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심지어 힐호텔은 손님이 없어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다. 개관 뒤 3년간 누적적자만 9억1천여만원. 그나마 감가상각비 등 연간 40억~50억원에 이르는 투자비용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장사가 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리조트사업 경험이 전무한 공단 측이 세밀한 입지 분석도 하지 않은 채 덜컥 호텔만 크게 지었기 때문이다.

한 리조트사업 전문가는 "운영을 대행할 전문회사가 초기 개발부터 참여해야 하는데도 레저사업에 대해 전혀 모르는 공단 직원들이 입지선정과 규모 등을 결정했다"며 "전문회사에 자금을 대주는 간접투자 형식을 택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기금은 오는 5월엔 1백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매달 1조원 이상이 쌓여간다. 그러나 이 같은 뭉칫돈을 관리하는 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인력은 본부장을 포함해 65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일반 직원을 빼고 실제 돈을 굴리는 운용전문가들은 펀드매니저.조사인력을 합쳐 42명뿐이다.

이 가운데 대규모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스나 해외투자를 담당할 전문가는 거의 없다. 또 앞으로 기금이 불어나면 부동산 쪽에도 돈을 굴려야 하는데 부동산 전문가는 지난해 겨우 한명을 뽑았다.

이 때문에 선진국처럼 기금 운용은 외부 전문기관에 맡기고 공단 기금운용본부는 기금을 위탁운용하는 기관을 평가하는 역할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KDI 문형표 연구위원은 "기금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날텐데 지금의 공단 기금운용본부 인력으로 이를 전부 관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운용을 잘하는 외부 전문기관을 골라 아웃소싱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을 담당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의 전문성도 크게 떨어진다. 1999년 이후 연금보험국장 5명의 평균 재직기간은 10개월에 불과하다.

업무를 파악할 때쯤 되면 다른 자리로 옮긴 셈이다. 그나마 2000년 이후에는 건강보험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실상 연금정책을 제대로 살필 수도 없었다.

과장급도 마찬가지다. 연금정책 과장의 경우 97년 이후 평균 재직기간이 10개월에 불과했으며 이영찬.노연홍 과장의 경우 2~3개월 만에 보직을 바꿨다. 교육이나 해외연수에 앞서 들러 가는 부서에 불과했던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공인회계사를 특채하거나 경제.경영학 전공자 위주로 인력을 배치해 업무의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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