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기수출·석유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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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독일.러시아.중국 4개국이 세계 유일 초강대국인 미국의 주전론(主戰論)에 맞서 반전대열에 선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미국 헤리티지 재단은 최근 '사담 후세인 정권의 유지로 득을 보는 자들'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네 나라가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데는 평화라는 명분외에 이면에 무역과 석유개발, 무기거래를 둘러싼 경제적 이권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세계 2대 석유 매장국인 이라크의 석유 때문에 전쟁을 벌이려 한다는 비난여론이 있지만 이들 반전국이야말로 이라크의 석유와 무기수출 분야에서 확보하고 있는 기득권 때문에 전쟁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스페인 총리는 10일 "반전국들은 냉전 시절부터 이라크와 원유생산 부문에서 협력관계를 맺어왔다"고 지적하고, "스페인이 반전을 주장하지 않는 이유는 이라크에 실질적 이권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헤리티지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프랑스는 이라크의 3대 교역국으로 이라크 연간 수입액의 22.5%를 차지한다.

대(對) 이라크 경제제재에 따른 유엔의 '석유.식량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프랑스는 1996년 이후 이라크와 총 31억달러 규모의 교역을 해왔다.

프랑스의 최대 석유회사인 토털 피나 엘프는 매장량 2백60억배럴로 이라크 최대 유전인 마즈눈과 나흐르 우마르의 개발계약을 이라크 정부와 맺고 있다.

보고서는 "프랑스는 지난 30여년간 사담 후세인 정권에 미라주 전투기 등을 팔아온 2대 무기 수출국"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독일도 매년 이라크와 3억5천만달러 규모의 직접교역을 하고 있다. 요르단 등 제3국을 통한 간접교역 규모는 직접교역의 세배인 10억달러에 이른다.

보고서는 "최근 독일 정부가 반전에 앞장서자 후세인 대통령이 이라크 기업들에 '이라크에 우호적인 독일 회사들에 특혜를 줘라'고 직접 지시했다"면서 "이에 따라 독일 기업들이 지난해 11월 바그다드 국제무역박람회에서 5천대의 승용차 수출 등 8천만달러의 계약을 따냈다"고 소개했다.

이라크 최대의 채권국인 러시아는 소련 시절 이라크 무기의 절반 이상을 공급한 최대 무기 수출국으로 무기수출 대금을 받지 못해 떠안게 된 채권만 70억~80억달러에 달한다. 러시아 석유회사 루코일은 이라크의 웨스트쿠르나 유전개발권을 40억달러에 따내기도 했다.

중국은 이라크에 기상위성 및 지상정찰 장비 등을 판매해 이라크 연간 수입액의 5.8%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국영 석유회사는 이라크 남부 알아흐다브 유전에 대한 22년간의 개발권을 확보하고 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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