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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 없는 전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월남전쟁이 13년만에 끝났다. 그러나 정말로 전쟁은 끝났을까. 정말로 평화가 올 것인가. 밝은 마음으로 평화를 내다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최근 착「뉴스위크」지의「커버·스토리」는『얼마나 단단한 평화냐?』라는 표제를 달고 크게 의문 부를 붙였다.
「싱가포르」의 수상은 허망한 환상이라고 일소에 붙였다.「워싱턴」의 관변측에서 조차도 벌써부터 양의를 품은 발언들이 새어 나왔다. 아무도 평화를 믿지 못하는 모양이다.
「베트남」사람들이 평화를 믿지 않는 것은 그러니 당연하기만 하다. 휴전은 그저 일시적인 어쩔 수 없는 편법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월남의 한 기관지는 휴전전야에 이런 사설을 썼다.『전장에서 얻은 승리는 부분적인 것일 뿐이다. 정전후의 정치 투쟁에서 이기는 것이야말로 전면적 승리를 의미한다. 우리는「전선 없는 전쟁」을 이겨내야만 하는 것이다…』라고.
지난 3개월 동안「티우」대통령은 이『전선 없는 전쟁』준비를 서둘렀다. 그것은 물론 월맹을 상대로 하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월남은 B(공산활동징후), D(공산활동활발), A(공산활동제로), V(공산측 지배)등으로 전국의 마을에 등급을 메기고 있다.
미 평정계획 지원 국의 작년 말 분석에 의하면 V지역이 반감됐다. 그것을 더욱 촉진하기 위해「티우」는 문이며 지붕마다에 월남국기를 칠하도록 명령했다. 정치공작원 2만 명의 훈련도 마쳤다.
그러나 월맹정규군을 비롯하여 그 지령 하에 움직이는 세력은 월남 안에 적어도 8개 사단쯤은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베트콩」, 이른바「베트남」민족해방전선』이 정식으로 결성되기는 1950년. 이들이 무력에 호소하기는 1958∼9년께 부 터이었다. 그만큼 뿌리 깊은 세력이다.
더욱이『호지명「루트」』를 끼고 있는「라오스」·「크메르」와 월남사이의 4백「마일」에 걸친『성역』에는「베트콩」군이 여전히 도사려 앉아있다.
불안정한 요소들은 너무도 허다하다. 「닉슨」이 이를 모를 턱이 없다. 그러면서 휴전에 합의한 것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월남에서의『전선 없는 전쟁』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때문일까? 또 하나의 추측도 가능하다. 어쩌면「하노이」정권은 모종의 정치적 이유 때문에 이들 베트콩」이나 잔류 월맹세력이 17도선을 넘어 오는 것을 반기지 않을는지도 모른다.
월맹정치국원「레·둑·토」가「파리」에서『월남 내엔 월맹군이 있어 본 적이 없다』고 말한 것은 이를 단순히 상투적인 선전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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