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인사 'SK수사 개입'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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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수사 외압 논란은 김진표(金振杓)재정경제부 장관과 이근영(李瑾榮)금감위원장이 김각영(金珏泳) 당시 검찰총장을 만난 부분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이들의 만남은 '외압이냐' '경제 파장을 고려한 정책 조율이냐'는 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재인(文在寅)민정수석은 11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책 조율로 규정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고위 공직자의 검찰 접촉은 명백한 수사권 침해"(朴鍾熙 대변인), "경제 파장을 우려했다면 법무부 장관을 통해 총장에게 공식 루트로 전달했어야 했고, 밀실 협의 자체가 문제"(崔炳國 의원)라며 수사 외압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밤 文수석에게서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노무현 대통령은 두 가지 반응을 보였다. 金장관과 李위원장에 대해서는 "경제 각료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다른 정부기관의 책임자(검찰총장)에게 그런 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정당한 일 아니냐"는 것. 그러나 민주당 이상수 사무총장과 관련해서는 "악의가 없었더라도 오해의 소지가 충분한, 적절치 못한 처신이었다"고 강하게 질책했다고 한다. 외압과 정책 조율의 경계선을 그은 셈이다. 그러면서 盧대통령은 "두 경우 모두 비공개.비공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하지만 법조계의 시각은 곱지 않다. 대한변협 도두형(陶斗亨)공보이사는 "정부 고위 인사가 검찰총장에게 진행 중인 수사에 대해 말했다면 그 자체만으로 수사기관에 대한 압력"이라고 지적했다. 이석연(李石淵) 변호사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논의하기 위한 정당한 의견 조율이었다면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해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전제로 검찰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일이 비공개적으로 이뤄졌다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외압이냐 조율이냐의 논란과 별도로 사전 보고 여부도 중요한 쟁점이다. 만일 사전에 보고했을 경우 盧대통령도 논란에 휩쓸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의 한 측근 인사는 "검찰이 'SK 수사 착수'를 발표했을 때 盧당선자는 '수사 검사가 SK와 감정이 안좋았든지, 새 정부의 검찰 개혁 방향을 알고 (검찰이)선수를 쳤든지 둘 중 하나가 아니겠느냐'는 농반진반의 반응을 보이면서 경제적 파장에 대해 우려했다"고 전했다. 결국 이런 대통령의 걱정을 알고 있던 해당 부처장들이 새 정부 출범 후 발벗고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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