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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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소설부문>
본심에 넘어온 4편중에서『인간도정』이 단연코 우수하다는 점에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완전히 일치되었다. 4천장이나 되는 대장편이다. 월남전을 소재로, 한 두개의「벙커」를 중심으로, 몇 사람의 우리장병이 생사와 대결한 그 진지한 자세를, 그리고「베트콩」을 포함한 많은 인간들의 착도 된 가치관에 대하여 잘 묘사하고 있다.
이 작자는 아마도 월남전에 직접 참여한 것 같다. 전쟁의 본질을, 인간들이 벌거벗은 모습을 이만큼 깊숙이 파헤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표현도 참신하고 묘사력도 선명하다.
대화의 묘미도 있고 의식의 편린도 자주 번뜩인다. 단지 후반에 가서 좀「멜러·드라마틱」하게 된 것이 유감이지만 「최우수작」으로 입상시키는 데엔 결격사유가 되지 못한다.
어쨌든 월남전에서 최초로 결정적인 대작이 창출됐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고 주최측의 보람이 또한 크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하나의 기우를 가져본다.
이 작자가 체험적이 아닌 작품도 앞으로 계속 창작해서 훌륭한 작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지를 주시한다. 왜냐 하면 작가에 있어서 천부의 소질이란 절반정도의 능력이 될 뿐이고 나머지는 피나는 노력이 뒷받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입상권에서 벗어난 나머지 역작 3편(이수 작『도도』, 길봉기 작『조국으로 가는 배』, 전치 작『공적 기』)에 대한 언급은 생략한다. 유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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