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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조직위는 "흑자" … 착시 부르는 그들만의 셈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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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2430억원 적자를 냈다. 각종 시설 건립에 1398억원, 대회 자체 운영에 1691억원 등 3089억원을 쓴 반면, 입장료와 기부금 같은 순수 수입은 659억원에 그쳤다. 그런데 지난해 5월 세계육상선수권 조직위원회가 발표한 결과는 정반대로 ‘510억원 흑자’였다. 셈법이 전혀 달라서였다. 조직위는 우선 시설 건립비 1398억원을 비용에서 뺐다. “나중에도 쓸 수 있는 인프라여서 순전히 대회만을 위해 들인 돈이라고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시설 건립비는 월드컵경기장을 주경기장으로 쓰기 위해 육상 트랙을 깔고 전광판을 최신형으로 바꾸는 등에 쓴 비용이었다. 이를 제외하면서 지출이 1691억원으로 줄었다.

 반대로 수입은 불어났다. 우선 대구시가 내놓은 802억원이 ‘수입’으로 잡혔다. 대구시 허리를 휘게 만든 지출이지만, 조직위가 볼 때는 수입이라는 이유에서다. 국가가 지원한 740억원 역시 수입란에 올랐다. 그러다 보니 흑자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는 것은 다른 대회·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경북대 이정래(스포츠사회학) 교수는 “육상선수권 결산 셈법은 대회 조직위의 시각에서만 본 것”이라며 “지자체, 나아가 국가사회 전반의 손익을 따지려면 지출한 총 비용과 대회 순수 수입을 비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시설 또한 대회를 치르고 난 뒤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일이 많은 만큼 시설 건립비도 일단은 비용으로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렇게 따졌을 때 대구육상선수권은 2430억원 적자”라고 했다.

 사실 대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하며 더 많은 돈을 썼다. 유치를 조건으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에 “국제 규격 실내육상경기장을 짓겠다”고 약속한 것. 올 6월 완공된 대구육상진흥센터가 바로 그것이다. 센터를 만드는 데 732억원이 들었다. 이 비용까지 따지면 대구세계육상선수권으로 인한 적자는 3000억원을 넘는다.

◆특별취재팀=이찬호·전익진·홍권삼·황선윤·신진호·최경호·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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