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맨유·양키스처럼 스포츠로 돈 좀 법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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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종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말이 있다. 김종(52)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한국 체육의 비전을 이 속담에 빗대 설명했다.

 “한국은 올림픽에서 10위권을 넘어서 5위권을 넘본다. 하지만 스포츠산업은 선진국이 아니다. 경기는 잘하고, 재주는 잘 부리지만 스포츠에서 돈 버는 사람은 따로 있다. 우리가 곰이 아니라 왕서방이 되는 것, 그게 스포츠산업이고 창조경제다.”

 지난 10월 차관에 임명된 그는 현장과 이론에 두루 강한 스포츠산업 전문가다. 미국 뉴멕시코대학원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 스포츠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로야구단 OB 베어스에서 기획홍보과장으로 일했고, 이후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문체부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금은 스포츠 정책의 청사진을 그려야 하는 위치다.

 김 차관은 “이젠 스포츠 3.0 시대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국민 통합에 기여하고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를 높였던 스포츠 1.0 시기와 생활체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스포츠 2.0을 넘어 이젠 선진국처럼 스포츠를 통해 부가가치를 만들자는 말이다. “류현진(야구)·박인비(골프) 등 우수한 선수가 많아진 것에 만족하지 말고, 이것을 비즈니스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것일까. ‘박근혜정부 5년 동안 한국에서 아디다스나 나이키 같은 국제적인 브랜드, 혹은 뉴욕 양키스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명문팀이 나올 수 있나’고 물었다. 그는 딱 잘라 “어렵다”며 “스포츠산업은 문화산업이다. 인풋을 한다고 곧바로 아웃풋이 나오는 게 아니다. 팀도 마찬가지다. 전통과 역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에 영화아카데미가 생긴 게 1984년이다. 이런 정책적인 기반 아래 좋은 영화 인력이 나오고, 기업의 투자가 이어지며 영화와 연예산업이 발전했다. 정부는 좋은 정책으로 스포츠산업 발전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문체부 안에 스포츠산업과를 부활시켰다”고 덧붙였다.

 그는 프로야구단이 반대하고 있는 에이전트 제도에 대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에이전트가 활동하면 선수 몸값이 올라가서 프로구단 경영 기반이 흔들린다’는 우려가 있다고 하자 “몸값이 문제라면 샐러리캡(총연봉상한제)을 도입하면 된다”며 “현재 프로야구에서 돈 버는 사람은 선수밖에 없다. 에이전트가 등장하면 에이전트의 몫이 생긴다. 선수들의 관리를 위해 보험·연금 등 금융과도 연결된다. 또 에이전트 교육기관도 나오는 등 전체 스포츠산업이 풍성해진다”고 주장했다.

 돔구장에 대해서는 더 적극적이었다. 문체부에 있으면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묻자 김 차관은 잠시 생각하다가 “제대로 된 돔구장을 하나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돔구장은 야구만 하는 곳이 아니다. 도시 문화의 중심지 기능을 하는 곳이다. 우리나라 한류 스타가 일본의 돔구장에서 공연을 한다. 그러면 그곳으로 동남아와 중국 팬까지 찾아온다. 이것도 재주는 한류가 부리고, 재미는 일본 관광산업이 보는 격”이라고 했다. 현재 건설 중이지만 교통 여건이 좋지 않아 애물단지가 될 우려가 있는 고척돔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결정할 문제지만 경기장 운영을 민간에 맡긴다면 충분히 자생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문체부는 스포츠산업 중장기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그중에는 스포츠 전문 기업을 100개 육성한다는 목표도 들어 있다. 자신이 벤처 투자가라면 어떤 스포츠 기업을 만들겠느냐고 묻자 “프로야구 전 구단 경기장 광고권을 독점하는 권리를 사고 싶다”고 했다. 통합 마케팅을 하면 파이를 더 키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에리사(59)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국립체육박물관 설립에 대해서는 “한국 체육의 과거만 전시하는 게 아니라 현재 활동하는 프로 구단의 모습도 담는 등 한국 체육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곳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공감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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