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레어드」국방 증언에 나타난 저류|국군 현대화와 주한미군 철수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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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주한 미군의 존재에 관한 서울과 「워싱턴」간의 견해 차이는 한국이 1976년 한국군 현대화 계획이 완료될 때까지 미군이 계속 주둔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미군 추가 철수 시기를 현대화 계획의 진척여부에 결부시킬 수 없는 입장을 취해온 점이다.
이런 한·미간의 견해차이가 지난 주말과 이번 주초에 다시 한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지난 5일 「닉슨」 대통령과 회담하고 나온 김종필 총리는 국군 현대화 계획이 완료될 때까지 미군이 한국에 계속 주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닉슨」회담에서 토의된 5가지 문제 중에는 미국의 방위 공약, 다시 말하면 주한미군 철수시기에 관한 문제가 들어있고, 그 자리에서 김 총리는 한국 입장을 역설한 것으로 보인다.
김 총리는 회담결과 『지극히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주한미군에 관한 토의 결과도 이 지극한 만족의 범위 속에 들어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로부터 3일 후가 되는 8일 「레어드」국방장관은 미 하원 군사위원회 보고에서 회의가 한국에 대한 군사 원조를 행정부 요청대로 승인한다면 주한미군의 전면철수가 가능하다고 해석될만한 발언을 했다. 「레어드」 장관이 이날 한국문제에 언급한 내용은-.
첫째, 그러므로 중공이 직접 가담하지 않은 북한의 남침이 있을 경우 미국은 한국이 그의 제1선방위를 담당하도록 지원할 것이다.
둘째, 우리가 의회에 제출한 한국방위 지원계획을 충분히 달성시킨다면 한국은 미 지상군의 개입 없이도 북한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여기서 「레어드」가 말하는 안보지원은 한국군 현대화 계획을 위한 5년간의 원조총액 15억「달러」를 의미하는 것이고, 한국의 저지력은 한국방위의 한국화를 의미한다.「레어드」 는 현대화 계획이 성공하면 국군현대화가 완료되는 1976년 이전에 미군을 완전 철수할 수 있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현대화 계획과 관련된 주한미군의 완전철수시기에 관한 「레어드」의 견해는 의식적으로 모호하게 표현된 것 같고 그것은 두 가지 상반된 해석을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곳의 한 관측통은 현대화 계획만 순조롭게 추진되면 그 계획이 만료되기 전에 미군의 전면철수가 가능하다고 암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레어드」는 작년2월 상원세출위원회 증언에서 『우리는 주한미군을 감축할 것이다. 그러나 이 73 회계 년도 안에 감축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하여 73년7월1일부터 시작되는 74 회계 연도 중에는 추가철군이 있을 수도 있다고 암시한 바 있다.
그러나 추가철군이 반드시 미군의 완전철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화 계획과 추가 감군 혹은 완전 철군간의 관계를 보다 함축성 있게 표현한 것은 1971년7월14일 「레어드」가 서울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마치고 한국을 떠나기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이다.
그런데 「레어드」 는 주한미군의 병력수준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변했다.『72회계연도의 병력수준은 현재 배치된 비율로 유지될 것이다. 물론 이것은 현 병력수준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한국군 현대화 계획을 추진해감에 따라 우리가 필요로 하는 추가 군사력만큼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당분간 우리의 한국과의 안보약속은 현재 태평양지역에 배치된 우리의 해·공군력에 크게 의존하리라고 확실히 기대한다.
여기서 「레어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닉슨·독트린」의 실천과정에서 현대화 계획이 진척되고 그 결과 한국의 방위 능력이 늘어나는 경도에 따라 주한미군의 병력수준을 조정할 것이라는 것은 장기 계획된 것 같다.
그러나 한국을 위해서 다행인 것은 미군철수 시기에 관한 미 국방성의 견해와「닉슨」대통령의 견해가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사실이다.
「닉슨」 대통령은 협상을 위한 힘의 입장이라는 철학을 신봉하고, 국방성이 건의한바 있는 73 회계 연도 중의 추가철군을 일단 거부한바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닉슨」이 온 재선 이후 월남전 협상에서 「올드·닉슨」의 체취를 많이 풍기는 듯한 인상인데, 그런 현상이 좀더 발전하면 넓은 의미의 월남화 계획의 실천의 「슬로·다우」을 초래할는지도 모른다.
김 총리의 낙관적인 관측이 어쩌면「닉슨」대통령의 그러한 입장을 반영한 것인지도 모른다.
역설적으로 또 한가지 주한미군철수를 지연시킬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한국군 현대화 계획을 포함한 미 행정부의 군사원조계획 전체에 대한 미 의회의 도전적인 태도다.
그러나 미 의회는 월남휴전이 성립되고 주월 한국군이 귀국하면 필시 주한미군을 철수하라고 예산심의와 외수 법안 토의 과정에서 압력을 넣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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