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칵 찰칵] 조리개 열어 배경 흐리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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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을 찍으면서 깔끔한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사진 기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를 넘어 좀 더 좋은 사진을 위해서는 대상 인물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고 난 뒤 이를 사진 속에 녹여내야 합니다.

한 인물의 얼굴만을 촬영한다면 얼굴 자체야 잘 나오겠죠.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그 사람을 사진적으로 설명하기가 부족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인물이 위치한 공간을 같이 담아냄으로써 부족한 설명을 보충하기도 합니다.

예로 든 박광수 영화감독 사진을 보면 뒤로 장미넝쿨이 올라가는 아치가 보입니다. 약간 초점이 흐려진 채로 보이는 이것이 포인트입니다. 박감독이 그동안 해왔던 영화작업이 한 획 한 획 그어진 듯이 보이시나요? (자화자찬의 냄새가 나는군요.)

이 사진처럼 배경을 흐리게 하려면 조리개를 될수록 많이 열어주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뒷배경이 흐려지긴 하는데 막상 사진으로 인화해 놓고 보니 그다지 예쁘게 보이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무리 초점이 맞지 않아 흐려졌다 해도 흐려진 상태의 형상이 문제가 됩니다. 그 형상이 주제를 돋보이게 하기도, 반대로 약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촬영 전에 피사체 심도(深度) 미리 보기 버튼을 이용해서 어떤 모양이 될지 예측해야 합니다. 물론 컬러 사진에서는 형태뿐만이 아니라 색상도 영향을 미칩니다.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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