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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새 국제질서의 방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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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72년은 지금까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져 온 국제관계의 공준이 급격하게 붕괴된 해였고 앞으로 다가올 73년 역시 새로운 공준이 또 하나의 보편으로 굳어지기까지의 전야적인 과도기로 나타날 것 같다.
이 변환의 주체는 물론 미국· 소련· 중공· 일본· EC라는 5개의 세력권임은 물론이다.

<아시아 방위선을 재편>
이들의 행동지표는 『인간의 삶의 질을 어떻게 개선하느냐』하는 정치본연의 사명보다도『하나의 권력이 어떻게 온전하느냐』하는 권력 자체의 논리에서 찾아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오늘의 해빙외교는 어느 평론가의 말을 빌면 「장엄한 위선」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장엄한 위선」은 암으로 지구표면에 과연 어떤 모양의 기상도를 그려나갈 것인가? 우선 아시아의 기상전망에 있어 미국의 새 전략은 종래의 일본 오끼나와 - 대만 - 필리핀 - 인지로 이어지던 방위선을 괌 도- 사이판 - 티니안 -로터- 팔라우로 이어지는 새로운 미크로네시아 방위선으로 바꾸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방위선 재편은 오끼나와 기지의 효율화로 보상되고 있다.
즉 일본의 횡전에 있던 전투항공단을 오끼나와 가데나(희수내) 기지로 옮겨놓은 따위가 그것이며 닉슨·독트린의 안전이 되는 셈이다.
때문에 닉슨·독트린이 미국의 무조건적인 아시아 철수를 의미한다고는 절대로 볼 수가 없다. 즉 미·일 공동안보체제에 기초한 대소·대중공 전략체제는 공간적으로만 재편될 뿐 힘 자체에 있어서는 보다 합리화되고 효율화되는 것뿐이다.

<중공, 아·태에 손 뻗쳐>
한편 제3세계와 「제2중간지대」를 포섭해 미국·소련을 고립시키려는 중공의 전략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자력갱생」의 중립화지대로 이끌려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그 목표를 위한 주은래 전략은 우선 미국과 일본의 방위력을 대소 견제력으로 원용하기 위해 닉슨·독트린의 신전략과 일본 4차방을 묵인- 그 댓가로 반소전략의 후방을 안전하게 다지겠다는 것이다.
그 결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부터 소련의 침투기도를 저지하겠다는 목표에 있어서만은 미·일·중공이 동상이몽으로 일치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소련의 아시아 집단안보구상은 아시아의 핀란드화를 우려하는 중공의 동남아 중립화 지지와 일본·미국의 동남아 경제진출의도에 부딪쳐 햇빛을 보기 어려울 것 같다.
그 반면 동남아지역에 대한 미·일의 경제전쟁은 갈수록 치열해진 것이다. 인도네시아 하나만 두고 보더라도 미국의 민간투자는 이미 5억 5천만 달러, 일본은 3억 2천만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앞으로 포스트 베트남을 계기로 75억 달러로 계상된 부흥계획을 둘러싼 미·일자본의 각축은 더욱 열도를 가할 것이다.

<소국들 방향은 유동적>
여기에 중공은 『꼬리 안달린 원조』를 내세우는 「대외 원조 8원칙」과 재계 화상을 은상으로 해 도전해 올 것이며, 소련은 인니의 말라카 영해권 인정, 경원제공, 치타공 항의 군항화, 월맹 군원 등으로 계속 교란작용을 펴올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아시아 정세는 당분간 더 기존의 일미안보, 일본의 신판 대동아공영권 야심, 미국 다국적 기업의 존재, 중공의 자력갱생 전략의 충동거림, 소련의 각개 격파작전-그리고 그 틈새에 낀 아시아 소국들의 방향 모색으로 계속 유동적일 공산이 짙다.
한편 유럽의 기상 전망은 어떠한가. 73년에 기다리고 있는 사건은 동서구 균형 감군 회의를 손꼽을 수 있으며 유럽 안보회의의 본 회담 개최가 기대되고 있다. 그만큼 오메르- 나이세를 경계로 하는 나토 권과 브레즈네프·독트린 권의 분단 고정상은 아시아의 혼돈상과는 달리 확정적이고 예측 가능하기까지 하다. 다만 있을 수 있는 변수는 중공의 「제2중간지대 에 대한 회유전술」과 미국 대 확대 EC간의 모순이라 하겠다.
이와 관련, 자본주의 진영 안의 블록화경향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이르렀다는 진단이 사실이라면, 중공의 히드 영국수상 초청, 서독 루르 공업지대 시찰단 파견, 프랑스 독자 핵 전력지지,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와의 수교는 NATO와 SEATO의 응집력 약화와 나아가서는 동서구 화해를 반 중공 전략의 기초로 삼으려는 소련의 계략과 EC 경제권의 비 대화를 막으려는 미국의 노력을 상당히 동요시킬 수도있다.

<다원적 세력균형 유지>
중동과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에서는 자원국으로서의 내셔널리즘이 더욱 가열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등 서방국의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기득권과, 소련의 국가간 외교의 회유전술, 그리고 중공의 이른바 「해방운동」지원-이 삼파전은 「제1중간지대」로서의 제3세계에 대한 미·소의 영향력을 전보다는 불안정하게 단속시켜 나갈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아 아시아는 일본과 중공의 세력균형, 유럽은 EC와 동구권의 세력균형, 제3세계는 자유화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일방, 이같은 다원적 세력균형의 세계상을 보장하는 근거는 당분간은 더 미·소의 핵 균형에서 찾아 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국주의적 도식에 대해 중공과 서구의 「제2중간지대」와 제3세계의 주관적인 의욕은 현상유지라는 커다란 구조안에서나마 계속「변화」의 요소를 뿌려나갈 것이다. <유근일 기자>

<끝>

<차례>
(1)냉전시대의 종언
(2)주변 국가들의 자기 모색
(3)가능성의 모색-72년의 세계 문화
(4)분쟁의 현상 고정
(5)반체제의 행동파들
(6남북문제-세계 경제의 암
(7)새 국제질서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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