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줄이겠다는 KBS '숫자 꼼수' … 총매출 늘어 10년 내 현 수준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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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현재 월 2500원인 KBS 수신료가 이르면 2014년부터 4000원으로 오를 전망이다. 이 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1981년 이후 32년 만에 수신료가 오르게 된다. 10일 KBS 이사회를 통과한 인상안의 골격은 ▶수신료 2500원→4000원 인상 ▶광고 2100억원 축소다. 여당 추천 이사 7명(전체 11명)만 참석해 의결하면서 논란이 커지자 11일 길환영 KBS 사장이 직접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길 사장은 “광고 없는 완전한 공영방송은 KBS의 지향점으로, 수신료 현실화 이후 연차적으로 광고를 줄여나갈 방침”이라며 “공영성 강화를 위해 먼저 어린이·청소년 프로그램의 광고 폐지와 지역광고 폐지 등의 획기적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KBS 재원 중 수신료 비중은 37%(5800억원, 2012년 기준)→53%(9700억원)로 늘어나는 반면, 광고 비중은 40%(6200억원, 2012년 기준)→22%(4100억원) 정도로 줄어든다. 광고가 줄지만 수신료 증가분이 더 크기 때문에 KBS는 연간 1800억원 정도 수익을 더 올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광고 매출을 ‘연간 4000억원 이하’ 같은 정액 삭감 방식이 아닌 ‘총매출의 22%’와 같은 정률 삭감 방식으로 줄이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매출 규모가 커지면 광고 수익도 덩달아 오르기 때문에 ‘광고 없는 완전한 공영방송’ 구현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광고 비중을 22%로 줄이는 방식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KBS의 광고수익은 10년 안에 현 수준을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 KBS는 2014~2018년 연평균 총매출이 1조8461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중 수신료는 9760억원(53%), 광고 4136억원(22%), 기타수입 4564억원(25%)의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 3년(2010~2012년) 간 수신료와 광고를 제외한 KBS의 기타수익은 연평균 13%씩 성장했다. 다시보기(VOD) 매출, 유료방송 재전송료, 프로그램 판매료, 협찬 수익 등이 모두 증가 추세고, 스마트미디어가 활성화되면서 신규 수익 창출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2013년 이후에도 기타수익이 매년 13%씩 성장한다고 가정하면 10년 후인 2024년 KBS 총매출은 2조9000억원이 된다. 이때도 광고 비중을 22%로 유지하면 광고수익은 현 수준인 6000억원에 근접하게 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준호 KBS수신료추진단장은 “광고를 어떻게 줄이느냐는 부분은 앞으로 방통위와 KBS가 서로 협의해 결정할 문제”라며 구체적인 광고 축소 계획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매출에 연동한 광고 축소는 결국 나중엔 광고가 다시 부풀려질 수 있는 문제점이 있어 다각도로 광고 제한 방법을 검토할 것”이라 밝혔다.

 ◆“광고 축소·구조조정 전제돼야”=수신료 인상에 대해 민주당은 반대하고 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수신료 인상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은 “수신료 인상은 공감하지만 KBS의 자체 구조조정과 경영개선의 자구책 없이는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상일 의원도 “수신료 인상과 광고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봉지욱·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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