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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두 주인공 밀착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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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국 뮤지컬의 두 디바인 옥주현(왼쪽)과 정선아. 인터뷰는 따로 했지만 사진은 함께 찍었다. “언니 너무 뒤로 가지마” “너 너무 다리 꼬지마, 길어 보여.” 웃음과 장난끼가 넘쳤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뮤지컬 `위키드`의 정선아(왼쪽)와 옥주현.

옥주현(33)과 정선아(29).

 현재 대한민국 뮤지컬 여배우 가운데 가장 우뚝 선 이들이다. 지난해 ‘엘리자벳’으로 옥주현이 더뮤지컬어워즈(The Musical Awards)와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면, 올해는 정선아가 ‘아이다’로 주연상을 독차지했다. 연기력·가창력·스타성 등에서 둘은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브로드웨이 블록버스터 뮤지컬 ‘위키드’에 초록마녀 엘파바(옥주현)와 착한 마녀 글린다(정선아)로 둘이 캐스팅되자 “역대 최강의 조합”이란 평가가 나왔다. “옥주현과 정선아가 있기에 한국판 ‘위키드’가 가능한 것 아닌가”라는 소리도 들렸다. 기대대로 둘은 지난달 개막한 ‘위키드’ 무대를 휘젓고 있다. 벌써부터 내년 여우주연상을 놓고 설왕설래한다.

 두 배우를 지난 5일 만났다. 속마음을 듣고 싶고, 또한 한자리에 있으면 불편해할 것 같아 따로따로 인터뷰했다. 1, 2등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라 꽤나 예민할 것 같았다.

 그런데 웬걸, 둘은 절친이란다. 일주일에 몇 번씩 집에 놀러 간다고 했다. 남자 친구 문제를 털어놓고, 출연료도 상의한다고 했다. “설마, 그래도 이럴 때 배 아프죠?”라며 툭툭 찔러봤지만 ‘착한’ 대답만 돌아왔다.

 #1. 초록마녀 옥주현

 -‘위키드’ 개막한 지 3주 됐다.

 “진짜 강적이다. 왜 영화 ‘엔트랩먼트’에서 캐서린 제타 존스가 레이저망을 통과하기 위해 숨도 멈춘 채 고난도 포즈를 취하며, 1㎝의 오차도 없이 움직이지 않던가. 그런 기분이다. 또 무대 위보다 뒤가 더 바쁘다. 숨가쁘게 옷 갈아입고, 전력 질주해 지하로 뛰어갔다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나오고…. 징하고 독한 뮤지컬이다.”

 -연습 때 울었다고 들었다.

 “선아가 사흘째, 내가 나흘째 울었다. 연출가(리사 리구일로)가 그렇다. 목소리 높지 않지만 섬뜩한 느낌, 조용하지만 멀리서 천천히 걸어오는 저승사자? 그런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짜증과 답답함이 컸다. 내가 자질이 없나 자책도 여러 번 했다. 무대에서 자유로워지기까지 까다로운 연습이었다.”

 -정선아는 어떤 배우인가

 “타고난 배우다. 천방지축이며 다듬어지지 않았고 끼가 넘친다. 선아는 고민하면 안 된다. 본능적으로 움직이지만 그게 그 캐릭터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해 낸다. 나에겐 없는 것들이다. 나는 노력해야 한다. 그걸 보면 부럽고 배우고 싶다.”

 -샘 나지 않나. 무척 친하다는데.

 “둘 다 직설적이다. 왜 여자들 그러지 않나, 옷 보고 서로 칭찬해 줘야 하고. 우린 그런 게 없다. 내가 ‘이 옷 어때?’ 그러면 선아는 ‘별로야’라고 바로 답한다. 그게 좋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깐. 솔직하게 대해도 되는 이가 있다는 게 편하고. 그만큼 신뢰가 있다는 뜻일 테고.”

 -본인의 장점이라면

 “참을성과 인내심. 선아가 투덜거릴 때 자주 다독거린다. 리더십도 있는 거 같다. 배우들 대표해 쓴소리, 악역은 주로 내가 맡는다.”

 -‘엘리자벳’ ‘레베카’ 등 최근 센 역할만 계속하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브로드웨이 42번가’도 했고, ‘황태자 루돌프’의 아련한 마리 역도 했으며, 발랄한 ‘아가씨와 건달들’도 했다. 센 역은 이미지 오래 가니, 그런 인상이 남을 뿐이다. 난 늘 불안감이 크다. 공연 끝나고 집에 가면 늘 곱씹는다. 그저 아무런 설명 없이 무대 위에 있는 것만으로 이유가 되는 배우가 되고 싶을 뿐이다.”

 #2, 착한 마녀 정선아

 -‘위키드’ 어떤가

 “배우가 노는 꼴을 못 본다. 주변에 ‘앞으론 웬만한 거 ‘발’로 할 수 있어’라고 말한다. 그만큼 힘들다. 대사가 너무 많다. 공연 올라가도 계속 대본 못 놓고 있다. 연기 100에 노래 100이다. 예전엔 공연 끝나고 아무렇지 않게 막 먹었다. 이번엔 배고파도 그냥 잔다. 성대 상할까 엄청 조심한다.”

 -‘글린다’ 연기하는 걸 보면 자연스럽던데.

 “아니다. 안 쓰던 두성을 써서 부담 백배다. 게다가 연기할 땐 진성이다. 왔다 갔다 하느라 정신이 없다. 글린다가 계속 들떠 있어야 하지 않나. 그게 쉬운 게 아니다. 에너지 소모가 많다. 난 기본적으로 내가 우선인 사람이다. 공연 이외 사생활 침해받는 거 끔찍이 싫어한다. 근데 이번엔 사생활 없다. 계속 연습이다.”

 -‘엘파바’ 역 탐나지 않았나

 “지르는 거 많이 해봤다. (웃음) 엘파바처럼 우렁차게 한번 부르고 박수받는 게 어쩌면 편할 수 있다. 근데 어느 순간 노래가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연기적 부분에 욕심이 생겼다. 나 잘하는 거 말고, 잘 못하지만 다른 길도 가야 한다는 걸 조금씩 깨닫고 있다.”

 -올해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사실 몇 년 전에 받고 싶었다. 그때 못 받아서 짜증났다. 누가 나를 평가해, 그것도 감투 쓴 평론가라는 몇 명이 그래도 돼, 반발이랄까 ‘두고 보자’란 오기도 생겼다. 그러다 솔직히 잊었다. 내려놓았다. 난 저기에 못 끼겠지 싶었다. 그러니 올해 상을 받더라. 신기했다. 이젠 부담이 크다. 아직 서른도 안 됐는데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나 싶기도 하다.”

 -옥주현은 어떤 배우인가

 “안주하지 않는다. 열려있고 습득한다. 무엇보다 몸에 해로운 짓을 안 한다. 왜 공연 끝나면 밤에 놀고 싶지 않나. 안 그런다. 일찍 자고 좋은 음식만 먹는다. 공연을 위한 삶을 산다. 그거 어려운 거다. 선배다운 느낌, 배울 점 투성이다.”

 -영화나 드라마 하고 싶지 않나.

 “글쎄, 솔직히 별 관심 없다. 뮤지컬 하기도 바쁘다. 그냥 하나만 파고 싶다. 무대로 충분히 벅차고 행복한데 뭘 또 하나. 뮤지컬 배우라는 게 너무너무 자랑스럽다.”

글=최민우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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