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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힘으로 … 섬마을 소년 서울대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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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전남 여수 남쪽 섬 ‘금오도’에는 고등학교가 딱 하나 있다. 남녀공학으로 전교생 45명인 ‘여남고’다. 섬엔 학원도 없다. 내년 2월 졸업생 11명 중에 이 학교 28년 역사상 첫 서울대 합격자가 나왔다. 주인공은 3학년 진성일(18·사진)군.

 서울대 수시모집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으로 인문계열에 합격한 그를 10일 서울 대학로에서 만났다. 진군은 수능에서 국어와 수학은 1등급, 영어는 2등급을 받았다. ‘국어 1등급의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책을 열심히 읽은 덕분인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시험 보기 직전을 제외하고는 한 달에 10권 이상 읽었다고 했다. 책은 모두 학교 도서실에서 빌렸고 소설책보다 인문·과학 서적 위주로 읽었다고 했다. 수학은 EBS 교재를 바탕으로 모의고사 문제집 위주로 풀었다고 소개했다. 진군은 “고3이 되면서 매일 자정까지 학교에 남아 공부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1 때 제주도에서 열린 철학 올림피아드에 나가 최우수상(2등상)을 수상했다. 고3도 참가한 대회였다. 누나의 어깨 너머로 피아노를 익혀 자작곡을 쓰기도 했다. 지난 7월엔 KBS ‘도전! 골든벨’에서 마지막 문제를 풀어 골든벨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산의 해양대 진학이 목표였다. 가정 형편 때문에 취직이 잘 되는 곳이 좋다고 생각했단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누나와 형이 잇따라 임용고시에 합격하면서 서울대로 바꿨다. 그는 “철학을 공부해 시대를 밝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정봉 기자

"시험까지 인문·과학책 한 달 1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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