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과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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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구약성경에 보면「모세」는 「이스라엘」사람들을 데리고 출애급을 하여 젖과꿀이 흐르는 「가나안」복지를 찾아서 떠났다.
살던 땅을 등지고 광야를 건너 출애급을 하는 마당에 우선 급한대로 백성들이 먹고 배부를 젖만 있으면 「가나안」복지를 삼았으련만 꼭 꿀까지 있어야하는 복지를 찾느라고 40년의 긴긴 세월과 노력을 아끼지않았다.
「프톰」은 이 젖과 꿀을 비유해서 모성애를 그렸다. 모성애는 단지 어린이의 생명유지를 위해서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생명의 유지를 훨씬 초월하여 그 생에대한 사랑을 서서히 어린이에게 침투시켜어 가는 태도라고 하였다.
즉, 단순한 생명유지는 젖에 비유했고 그 생에 대한 사랑은 꿀에 비유했다.
요즈음 학생과 선생과의 그 관계는 점점 사무적이 되어간다. 학생은 등록금을 냈으니 해당금액만큼의 지식을 전해 받으면 된다. 선생은 계약된 시간만큼 또 계약된 범위만큼만 가르쳐주면 된다. 이 계약의 내용대로 이행이 되지 않을때는 학생과 선생 사이에는 등록금반환의 요구나 또 선생배척운동이 생기는 극단적인 예가 구미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얼마전 나는 비행기를 타고 국내여행을 할 기회가 생겼다. 그래서 시간표와 비행기표 때문에 여행사엘 들렀다. 표를 취급하는 안내인들이 여러명 앉아 있었지만 각기 자기의 일에 바쁘다. 손님들도 왔다 갔다 붐볐다.
차례를 기다려 겨우 표파는 사람에게 접근을 했다.
여행을 하려는데 비행기시간표와 왕복비행기 삯이 얼마나 될까요? 물었으나 여전히 바쁘게 다른일에 열중한다. 좀 기다려보았지만 쳐다보지도 않는다. 다시 한번 물었으나 마찬가지이다.
하는 수 없이 그 자리를 물러 나와 다른 곳을 둘러보았으나 여전히 바쁘다. 그런데 웬 외국인이 와서 영어로 물어보니까, 금방 상냥하게 대꾸를 하며 안으로 가더니 보다 영어에 능통한 사람을 데리고 나왔다. 여기서 「힌트」를 얻었다. 그래서 나도 조금 기다렸다가 영어로 떠듬떠듬 대화를 하여 겨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였다. 상대방도 매우 친절하려고 애를 쓰는것 같았다.
우리말로해서는 친절이 잘 우러나지 않나하고 마음이 씁쓸해짐을 느꼈다.
아기를 낳아서 기르는 어머니도 어린이를 맡아서 기르는 선생님들도 모두 젖은 잘 줄줄 안다. 그러나 꿀까지 줄수 있는 어머니와 선생님이 요즈즘 세상에서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젖과 꿀을 찾아 40년간을 헤맨 「모세」의 예지와 노력은 현재를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김숙희(이대교수·영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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