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소에도 국선변호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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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법제도 개선심의위는 그 동안 심의해오던 민·형사소송법개정안중 민사소송법개정안을 우선 확정하여 대법원장에게 제출하기로 했다한다. 이 안은 고의에 의한 소송지연 방지책과 경제능력이 없는 당사자에게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있다.
그 동안 사법제도 개선심의회는 상고심의 폭주를 막기 위하여 상고를 제한하는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었는데 확정단계에 있는 이 안에는 상고심의 제안을 위한 조치는 들어 있지 않으며, 그 이외에도 새로운 혁신방안은 별로 채택되지 않고 소송지연을 막기 위한 피고의 답변서 제출기일을 규정하고, 공시송달방법을 간소화했으며 원·피고 쌍방이 불 출두하고 기일지정신청도 없는 경우에는 소취하로 간주하는 등 미봉책만이 검토되고 있는 듯하다.
이제까지 사법부는 위헌법률심사라는 막대한 권한과 중대한 책임에 억눌려 보람도 느꼈지만 고생도 많이 해 온 것이 사실이다. 신 헌법에 의하여 위헌법률심사권이 헌법위원회로 옮겨갔기 때문에 대법원의 지위는 상당히 격하되었으나 대법원 판사들로서는 골치 아픈 사건을 헌법위원회로 미룰 수 있는 편리한 길도 트인 셈이다. 또 정당해산 판결권과 같은 중요한 권한도 없어졌으므로 사법부는 헌법보장기관에서 순수한 사법재판기관으로 바뀐 감이 불무하다.
또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고 다른 판사들은 대법원장의 제청에 의하여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면 법관연임법이 만들어져 과거와 같은 천명거부권이 행사되지나 않을까 하여 초조하게 생각하는 법관들도 있다고 한다. 법관 추천합의제도가 없어지고 법관인사의 자율성이 어느 정도 저해되고, 징계처분에 의해서도 법관은 면직할 수 있기 때문에 법관들의 사기가 저하된 느낌조차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나, 우리는 이것이 순전히 기우이기를 바랄 뿐이다.
대법원의 상고심의 폭주는 대법원판사들로 하여금 판결문작성에 쫓겨 판결의 질을 향상시킬 수 없는 애로점이 많았다. 한 달에 60건 가까운 사건을 처리한다는 것은 가위 초인적인 노력을 요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판결문작성에 성심성의를 다할 수 없는 것은 불문하지이다. 따라서 판결문의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하여서는 대법원의 사건을 줄여야 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소가에 따른 제한이 아닌 합리적인 상고제한이 요망된다. 이를 위하여서는 법률심에 있어서의 심요적 변호사건의 범위를 확대시켜야 할 것이다.
대법원 사법제도 심의회 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소송비용과 지식이 없는 당사자를 위해 민사소송에도 국선변호인 판사를 도입하려고 한 것은 좋은 구상이라고 하겠다. 법무부에는 인권구조협회가 설립되어 소송구조를 해주고 있는데 국선 변호 제도의 도인은 가난한 사람들의 소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절실하게 요망되던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현재 형사소송에 있어서의 국선 변호 와 같이 변호 요금이 명목적인 경우 실질적인 혜택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에 민사소송의 국선 변호가 실효성을 거둘 수 있도록 배려해 주기를 바란다.
오는29일 열릴 사법제도 개선심의위원회는 민사소송법 개정에 있어 보다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간역 법원 제도의 신설이라든지 상고사건의 제한, 또는 변호사강제 제도의 도입이며, 국선 변호 제도의 확대 등을 신중히 검토 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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