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공관의 증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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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내년에 수출 증진을 위한 경제 외교 강화 대책의 일환으로 10개 상주공관을 증설할 계획인데, 10개 공관의 선정은 중동·「아프리카」, 그리고 중남미에 중점 배치하고 「유럽」과 「아시아」에 각기 1개 공관 정도가 고려될 것이라 한다.
앞서 정부는 「노르웨이」와 서「사모아」에 대사관을, 서「베를린」에 총영사관을, 나패 (오끼나와) 와 「스라바야」 (인니) 에 영사관을 각각 설치키로 결정하고, 개설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중인데 신규로 상주공관이 10개나 증설되면 우리 나라의 해외에 주재하는 외교 공관의 수는 크게 늘어난다.
이와 같은 상주공관의 증설 계획은 한국의 외교 활동이 질·양 두 면에서 발전적인 전환기에 처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우선 양적인 면에서 공관수가 일거에 15개나 늘어나게 되었음은 한국 외교가 서방 편중의 경향에서 벗어나 중립 진영은 물론, 가능하다면 공산권까지 합해서 세계 모든 나라를 상대로 활동을 벌이고자하는 왕성한 의욕을 표시하는 것이다. 한국 외교는 50년대에는 그 활동을 서방 진영에 국한했다가 60년대에는 중립 진영을 향해 대담하게 진출했다. 70년대에는 모든 국가를 향해 문호를 활짝 개방함으로써 사이좋게 지내기를 원하는 국가라면 그 사회 체제에 구애됨이 없이 적극 수교하기로 하고 있다.
이러한 변천은 국제 권력 정치 구조의 변화를 반영함과 동시에 「이데올로기」와 외교를 구별하고 대외 활동에 있어서 현실적으로 유연한 자세를 취함으로써 실리 추구에 치중하는 정책의 전개 과정이기도 하다.
다음 질적인 면에서 본다면 오늘날 정치 외교뿐 만 아니라, 오히려 그 이상으로 경제 외교를 중시하는 입장에 서게 되었다. 냉전시대가 끝나고 평화 공존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현재의 국제 정치 상황에 있어서 「이데올로기」 적인 대립이 점차로 퇴색하는 반면, 각 국이 경제적인 실리를 얻기 위해 기민한 외교 활동을 벌이고 있음은 가리울 수 없는 경향이다.
이 시대 조류를 잘 타나 가면서 국제 공업화와 무역 입국의 기본 정책을 대담하게 추진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더군다나 70년대 말까지 연간 수출 백억불 달성이라는 야심적인 계획을 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상품을 수출해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지역이나 국가라면 거리의 원근을 부문하고 적극 진출을 시도해 나가야 한다. 외교라면 곧 「유엔」에 있어서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국가를 획득하는 것으로 생각하던 시대는 서서히 종말을 고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통일 문제 해결을 주로 동족간의 대화에 기대를 거는 입장에 서 있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의 외교는 경제 활동 무대를 세계적으로 넓혀 나가는데 역점을 두어야한다.
이처럼 한국 외교가 질·양 공히 비약적인 발전기에 들어섰음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세계를 향해 발돋움하는 한국 외교를 충분히 뒷받침할 만한 역경을 갖고 있느냐에 관해서는 약간의 의문이 있다. 이점 우리는 예산 지출을 아끼지 말고, 전문적 소양을 갖춘 직업 외교관을 본격적으로 양산하는데 주력해주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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