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박철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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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 들어서 가장 뚜렷한 성장업종은 냉간압연(박판)으로 꼽힌다.
연합철강이 10월 말 현재 5천2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놀려 상사별 수출「랭킹」1위를 기록한 것을 비롯, 연합· 일신 양사가 모두 시설확장을 단행했다.
아직도 불황을 탈피하려고 몸부림치는 중후강판업계와는 같은 철강업계이면서도 대조적이다.
현재 박판업계는 연합철강과 일신산업의 양사독점체제로 돼있으나 해외수출「붐」을 타고 서로 시설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연합철강은 작년 말 36만t이던 설비능력을 50만t으로 증설을 끝내고 다시 내년 하반기에80∼1백만t으로 늘리는 확장작업을 진행중이다. 일신산업도 작년 말 12만t에 불과하던 박판생산 시설을 37만t으로 늘린 다음 다시「스틸 파이프」생산시설을 12만t에서 내년 중에 10만t을 추가, 22만t으로 늘릴 계획.
이와 같이 양사가 경쟁적으로 시설을 확장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수출이 호조된 때문이며 이러한 수출호조는 당분간 계속되리라는 전망아래 추진되는 것이다.
시설확장을 먼저 서두른 연합철강은 작년도 수출실적 1천7백50만불에서 올해는 5천7백만불 (10월 말 5천20만불)을 예상, 내년에는 1억불에 가까운 목표를 설정할 계획이며 일신산업은 시설확장에 뒤지는 바람에 작년도 수출 5백2만불에서 올해는 11월말까지 8백81만불 밖에 늘어나지 못했으나 내년에는 5천만불까지 계획 중이라는 얘기.
박판은 수출수요가 계속 늘어날 뿐 아니라 수출가격도 수요증가에 따라 상승하고 있어 전례 없는 수출호황을 누리고 있다.
박판은 보통 두께가 0 18mm부터 3 2mm에 들어가는 여러 가지 규격의 철판인데 주로 자동차 전기제품 사무용기 연통 등을 만드는 부자재로 많이 사용된다.
박판을 부자재로 쓰는 제품생산이 늘어날수록 박판의 수요도 따라서 늘게 된다. 최근 미국의 국내 박판시세가 올라가고 일본이 대미수출을 일률규제하고 있어서 우리 나라의 박판이 크게 진출하고 있다는 것.
원래 미국의 국내 박판 시세는 품질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t당 2백20∼2백30불 수준인데 우리가 수출하는 가격은 FOB t당 1백50불 수준.
그러니까 우리 나라 수출가격인 t당 1백50「달러」에 운임(t당 15달러선)과 수입관세 8% 미국수입업자 등의 이윤 등을 가산해도 미국 내 시세보다 싸기 때문에 완전히 「셀러즈·마키트」가 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판의 원료인 「핫 코일」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작년 12월「엥」절상 이후 t당 7불이 올라 1백5불선에서 1백12불로 뛰었고 내년 봄에 「엥」절상이 다시 있을 것이라는 일본수출업계의 예측으로 최근에는 1백25불 1백30불로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수출이윤은 크게 향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더구나 박판은「핫 코일」을 수입해다 다시 눌러서 수출하는 것이므로 가득율이 15 20% 수준에서 거의 변함이 없고 그만큼 수출가격 인상이 수지에까지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박판이 수출되고 있는 지역은 미국시장이 80%를 차지하고 약20%가 서독 등 구주시장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대만 등 동남아시장이다.
그런데 일본과 대만의 국교단절로 최근에는 대만시장이 새로 각광을 받고 있어 일본으로부터의 「핫 코일」도입문제만 해결되면 수출여건은 아주 밝다는 게 업계의 얘기이다.
이러한 수출이 호조를 보임에 따라 시설확장에 따른 생산증가분이 수출에 흡수됨으로써 국내판매의 비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물론 내수판매가 현재 줄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똑같은 박판으로 수출하는 것보다 국내판매가 가격 면에서 이윤이 좋은 편이나 수출을 하면 목돈에다 금융 세제상의 혜택이 있어 오히려 수출에 더 눈독을 들이고 있는 실정.
다만 국내 박판시장의 60% 이상을 지배하고 있는 연합철강은 올해 들어 「칼라·쉬트」(박판에 색깔을 가한 것) 생산을 개시, 농촌지붕·별장지붕·내장재·사무용기·생산재료 등으로 보급을 서두르고 있다. 이「칼라 쉬트」는 일반제품보다 20%가량 비싸며 공장에서 박판을 생산할 때 두 번 색깔을 가해서 반영구적으로 변색치 않게 처리한 것.
한편 같은 철강업종인 중후강판 및 철근생산업체는 동국제강과 극동철강이 고철수출로 생산호조를 보일 뿐 다른 업체들은 아직도 경영상태가 호전되지 못하고 있다.
동국은 10월 말 현재 철근 7백80만불, 중후판 약4백만불어치를 수출했고 극동이 철근 1백96만불, 인천제철이 58만불 어치를 수출했다.
철근의 t당 수출가격은 년 초 1백5불에서 최근에 1백20불로 올라 국내판매 가격인 t당 4만3천5백원 보다 유리한 편이다. 수출지역은 주로 미국과 중근동지역이다.
그러나 철근수출 가격이 국내시판가격보다 유리한 것은 사실이나 고철수입가격이 년 초 42「달러」선에서 최근엔 60「달러」 이상으로 올라 아직 채산이 맞지 않는다는게 업계의 이야기다. <이종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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