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송금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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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송금 날은 이들 취업자들의 마음이 가장 착잡해지는 날이다. 아끼고 아껴서 모을 수 있는 최대액수를 부치지만, 대부분은 그들 가정의 가계부가 이 돈으로 해결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은행 문을 나설 때면 늘 우울하다』고 말한다.
해외개발공사는 해외취업자들의 월간 송금가능액을 간호원 2백20「달러」, 간호보조원 1백60「달러」, 광부3백80「달러」, 기타기능공 3백80「달러」로 잡고있다. 독일에 와있는 취업자들의 경우 이 액수를 송금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간혹 송금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힘든 저축의 노고를 알아줄 만한 일이다.
서독에 와있는 9천여 취업자중 정기적으로 고국에 송금하는 사람은 8천명정도로 추산할 수 있다. 나머지 1천명은 매달 버는 돈을 혼자 다 써버리거나 독일에 가정을 갖고있거나 현지은행에 저축하는 사람들이다.
고국에 송금하는 사람들은 한달에 보통 3백∼8백「마르크」정도를 부치는데 평균 4백 「마르크」로 잡는다면 1년에 3천8백구만 「마르크」(1천3백만「달러」)나 되는 외화가 서독취업자들로부터 나오는 셈이다.
이 액수는 71년도 수출실적의 10분의 1이나되는 액수이다.
서독의 임금수준은 업종이나 취업자의 학력보다는 나이, 부양가족 수 등을 참작해서 결정되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온 정규간호원이라 할지라도 미혼일때는 간호보조원학교를 나온 30대 40대의 부인들보다 훨씬 적은 봉급을 받는다.
이것은 광부나 기술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며 미혼인 사람과 자녀를 1,2명 둔 사람과의 봉급차이는 보통 3백「마르크」(4만원)이상이 된다.
광부·기술자·간호원은 각기 봉급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8백∼1천2백「마르크」의 순 수입을 매달 갖게된다. 송금하는 사람들은 3백 「마르크」를 자기 생활비로 쓰는 것이 보통인데 이 액수는 독일 안에서 기숙사에 사는 대학생들의 최저생활비와 맞먹는 액수이다. 대부분의 취업자들은 담배 한개비를 아끼고 「스타킹」한 켤레를 아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집세로 90「마르크」가 나가고 지하철·「버스」값이 30「마르크」, 나머지 1백80「마르크」로 한달을 살게된다. 쌀은 2㎏들이가 20「마르크」, 간장은 4홉 한 병에 5「마르크」인데 2주일이면 다 먹는다.
간장을 아끼기 위해 소금을 쳐서 먹기도 하고 「페니히」(26원)짜리 돼지족 1개를 만져만 보다 못사는 때도 많다.』 「카·베·우」의 기술자 한사람은 이렇게 3백「마르크」짜리 가계부를 펼쳐 보이며 『고국에 송금하는 돈이 얼마 안될지는 모르지만 애써 벌고 애써 모은 돈이라는 것을 알아달라』고 당부한다.
그러나 이들 취업자들이 이렇게 돈을 아끼면서도 각종규정을 잘 몰라 찾을 수 있는 돈도 못 찾는 일이 많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베를린』의 한국인성당인 「비둘기의 집」에서 한국인취업자들의 오랜 친구로 일하고있는 「박 아그네스」수녀는 현지공관이나 고국의 노동청에서 마땅히 이들 취업자에게 필요한 규정들을 알려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해마다 1월∼4월이면 세금반제를 청구하는 「시즌」이 된다. 세금반제란 취업자들이 일단 납부했던 세금 중에서 봉급의 용도에 따라 해당이 안 되는 몫을 도로 찾는 제도인데 부양가족을 위한 송금, 직계가족의 입원비용 등은 모두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우리취업자들이 매달 송금했던 영수증, 고국에서 가족이 병을 앓았다는 증명서, 호적등본과 부양가족증명서 등을 첨부해서 세무서에 제출하면 납부했던 세금의1백%까지도 도로 받을 수 있다.
박 수녀는 금년 봄에만 해도 이 세금 반제를 위한 서류를 4백여명에게 만들어 주었다면서 이들 중에는 1천「마르크」나 도로 찾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한다.
박 수녀는 세금이외에도 3년 후에는 90%를 찾을 수 있는 노년보험, 이독과 동시에 찾을 수 있는 연금보험 등에 관해서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지적한다.
광부들 중에는 그들이 한국에 돌아갈 때를 위해 매달 떼어놓았던 비행기 값을 찾지 않고 제3국으로 떠나버리는 사람이 많아 큰 액수의 돈이 「본」대사관에 그대로 예치되어 있는 형편이다.
이런 모든 규정들은 취업자들이 출국 전에 이미 「메모」가 끝났어야할 항목들이다. 그리고 최소한 이런 종류의 서류작성을 위한 독일어는 「프린트」를 해서라도 돌려주어야 할 것이다.
1「마르크」를 아끼는 사람들의 이런 맹점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장명수기자 현지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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