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간판-여행사·무역업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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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박대통령은 27일 수출진흥확대회의에서 여행사·무역업체·건설업체 등이 충실한 내용을 갖도록 정비하라고 지시했다.
사실이지 우리 나라에는 여행사와 무역업체가 난립하여 나라의 체면을 망신시키는 경우가 많다. 여행사들이 외국관광객들의 유치에만 광분하는 나머지 「덤핑」행위를 일삼는가 하면, 안내원에게 돈을 주지 않고는 이들로 하여금 토산품판매업자와 결탁케 하여 토산품을 강매하여 「커미션」을 받게 하거나, 매춘을 알선하는 일까지 허다하다고 한다. 여행 알선업이란 「비즈니스」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요, 국민의 품위와 국가의 위신을 상징하는 것이다. 돈 몇 푼을 더 벌기 위하여 국가의 체면을 깎고, 국민의 귀중한 정조까지 파는 행위는 비 국민적 행위라고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여행사의 안내원이나 여행사 직원들은 외국인이 한국인의 대표로 간주하는 사람이다. 외국인이 국내에 와서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극히 제한되고 있으며 단체관광여행의 경우에는 여행사 직원이나 안내원이 고작일 것이다. 이들이 신용을 지키지 않고 바가지를 씌 울 경우 그 외국인은 한국인 전체를 욕하게 되고 인간취급을 안 할 것이며, 한국상품도 사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여행사 직원이나 여행안내원들은 민간외교의 대표자 같은 긍지를 가지고 떳떳한 행동을 취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여행사에서는 「호텔」예약과 같은 것을 받아놓고도 한마디 사전양해도 없이「캔슬」하는 일까지 있어 국위를 손상시키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다.
무역업체나 건설업체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이 해외에 진출하여 외화를 벌어들여 수출액 20억「달러」달성에 선봉을 서고있는 것은 높이 치하하고 싶다. 그러나 일부 악덕업자들은 신용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한국무역업자 전체의 신용을 훼손하고 국위를 먹칠하는 사례까지 있어 일반의 빈축을 사고 있다. 이들 군소 무역업자들이 「오퍼」만 개설해 놓고는 신용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상대국무역업체 전체에 한국무역업계의 체면을 손상시키는 일이 많다. 또 「핸드백」하나만 가진 군소 해외무역업자들이 외국에 다니면서 「덤핑」등을 일삼고 견본은 근사하게 만들고는, 납품은 불합격품만 보내어「클레임」을 내게 하는 등 무역업계 전체의 신용을 훼손하는 일이 부지기수라 한다.
이러한 제반 여건 때문에 박대통령이 여행사와 무역업체의 정비강화를 지시한 것은 매우 적절한 것이라 하겠다. 상공부는 이 지시에 마라 무역업체 등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하는바 해외무역업체는 이번 기회에 자체정비를 해야할 것이며, 무역협회도 자율적인 규제를 강화해 주기 바란다. 교통부도 단시일 내에 부적격 해외여행알선업체를 정비하고 통합하여 나라 체면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지휘권을 강화해 주기 바란다.
여행사와 무역업체의 종사자는 그것이 상거래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국민의 품격과 국가의 신용을 좌우하는 중책을 가지고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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