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작품이 되다 ② 알플렉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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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에이스 에비뉴’에 방문한 고객들이 알플렉스 제품을 둘러본 후 가격을 확인하고 있다.

소장 가치가 있는 이탈리아 명품 가구 브랜드를 만나는 ‘가구, 작품이 되다’ 두 번째 순서는 알플렉스다. 알플렉스는 세계 최초로 소파에 탈착식·길이 조절 등을 적용해 유명해졌다. 시대를 앞서가는 디자인이 돋보이는 이 회사의 소파·의자는 단순한 가구가 아닌 어엿한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알플렉스는 다양한 소파·의자를 선보이고 있는 60년 전통 가구업체다. 1947년 우레탄 폼과탄성 고무 밴드를 생산하는 ‘피렐리사’의 프로젝트 팀이 타이어에서 가구로 제품을 확대 납품하기 위해 의자를 개발하면서 탄생됐다. 우레탄 폼과 탄성고무밴드를 적용한 ‘레이디의자’를 내놓았지만 크게 주목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1949년 밀라노의 포르타 비토리아 거리에 ‘알플렉스’ 이름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창립 당시 팔걸이가 있는 작은 의자들을 제작했다. 대중에게 알려지고 유명해지게 된 것은 창립2년 후 참가한 밀라노 ‘트리엔날레 전시회’때문. 이 전시회에서 알플렉스는 ‘레이디’의자로 금메달을 수상했다. 기존 소파를 만들 때 대부분 말 털과 면제품을 사용했다. 이 소재는 내구성이 좋지 않고 안락함도 떨어졌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용한 우레탄 폼은 획기적인 소재로 인식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폭신하고 내구성 좋은 우레탄 폼

1 우레탄 폼과 탄성고무밴드를 적용한 의자 ‘레이디’. 2 탈착식 커버를 도입한 의자 ‘마르틴갈라’.

우레탄 폼은 액체 상태인 고무 소재를 일정한 틀에 부어서 만든 것으로 스펀지처럼 푹신하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알플렉스는 레이디 외에도 다양한 의자에 우레탄 폼을 적용한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아 명품 가구브랜드 반열에 올랐다.

디자이너 카를로 바라씨와 함께 자동차 시트 좌석용 의자인 ‘밀레밀리아’ ‘세딜레 레티노’를 개발했다. 이전 자동차 의자는 목재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밀레밀리아와 세딜레 레티노는 우레탄 폼을 사용해 더욱 푹신하게 만들었다. 등받이가 접이식으로 제작돼 각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보보’는 전체 골격이 우레탄 폼으로만 이루어진 의자다. 이탈리아 대표 산업 디자이너치니 보에리가 만든 제품으로 팔걸이 없이 쿠션만으로 안락함을 느낄 수 있다.

알플렉스는 소재뿐 아니라 편의성을 고려한 제품들도 많이 제작했다. ‘마르틴갈라’는 탈착식 커버를 도입했다. 의자 전체를 일체형으로 제작하고 천으로 커버를 씌운 형태다. 의자 뒷면을 주름잡아 앞면을 평평하게 하고 한 번에 벗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다양한 종류의 커버를 제안해 늘 새로운 의자를 만나는 기분이 들게 했다.

시대 초월한 디자인, 고객 사로잡아

알플렉스의 대표 모델은 레이디를 포함해 ‘피오렌차’ ‘스트립스’ 등이다. 1952년 선보인 피오렌차는 골격을 우레탄 폼으로 만들고 장갑처럼 생긴 커버를 입힌 의자다. 요즘 봐도 세련된 곡선 라인이 인상적이다. 피렐리사의 광고 페이지를 장식했던 대표 모델로 알려져 있다.

스트립스는 1972년부터 총 300만개가 넘게 판매된 베스트셀러 소파다. 치니 보에리가 설치예술가 자바체프 크리스토의 작품‘천으로 덮인 건축물’을 보고 가구에 접목한 것이다. 패딩 점퍼를 입은 것 같은 소파는 사용할수록 자연스럽게 늘어나 더욱 매력적이다. 기본 소파부터 등받이로 형태를 조절할 수 있는 소파 베드, 팔걸이가 뚱뚱한 2인용 의자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생산량의 90%가 세계로 수출되는 알플렉스의 제품들은 각국에서 만나볼 수 있다. 1950년대 프랑스·스위스·스페인 진출을 시작으로 1969년에는 일본, 1970년에는 브라질에 법인을 설립했다. 최근 한국·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명품 가구 갤러리 ‘에이스 에비뉴’를 통해 유럽의 현지 가격 그대로 구입할 수 있다.

<글=유희진 기자 yhj@joongang.co.kr 사진="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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