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서 2차 대전사 수정작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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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련 국방성은 최근 동서해빙에 맞춰 2차 대전사를 수정하고 있다. 12권으로 된 이 새로운 전사는 과거와는 달리 서방국가 특히 미국이 전쟁 중에 맡은 역할을 『객관적으로 기술할 것』이라고 편찬위원장직을 맡고있는 「안드레이·그레치코」국방상은 말하고 있다.
과거 소련지도자들이 2차전을 이야기할 때는 으례 미군과 서방 연합군의 역할을 과소 평가했다. 예를 들어 2년 전 소련군 기관지인 「붉은 별」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히틀러」의 군대는 미군과 영군이 「노르망디」에 상륙하기 훨씬 전에 소련군에 의해 결정적으로 패북했다. 소련이 이 승전에서 서방측으로부터 받은 지원은 미소한 것이었다.』
또 「노르망디」 상륙 20주년을 기념한 8년 전, 소련정부 기관지 「이즈베스티야」는 이 상륙 작전이 소련군에 의한 전「유럽」 해방을 막기 위해서 실시된 서방측 선공이었다고 주장했다.
「붉은 별」은 미국과 영국은 44년6월 이전에도 『늘 서「유럽」전선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말만 지껄여댔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와 같은 주장은 「스탈린」 자신이 『세계 전사상 유례를 볼 수 없는 대작전』이라고 격찬한 「노르망디」작전의 성과를 과소 평가함으로써 소련군의 전적을 상대적으로 과장하려는 소련 당국자들의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49년에 발간된 소련 대 백과사전 1판과 그 이후에 나온 제2판도 「스탈린」의 격찬에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현재 새로 쓰여지고 있는 새 전사는 이와 같은 종전의 태도를 수정, 「노르망디」작전과 미·영 연합군의 동진이 『결정적이기는 않지만 독일군의 항복시기를 앞당겼다』고 시인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나치스」의 주력이 동부전선에 있었으며 서부전선에서 미·영군에 대항한 독일군은 이미 한물간 패잔병들이었다』는 단서를 붙이고 있다.
태평양 전선에 있어서도 소련은 지금까지 일본의 항복은 소련의 군사 압력 때문이었다고 주장해 왔으나 새 전사에서는 태평양 무대에서 미국이 주력군으로 활약했음을 인정해주고 있다.
「그레치코」국방상은 새 전사집필 계획을 발표하면서 서구 역사가들이 『소련의 역할을 과소 평가하는 등 역사를 오기함으로써 국민들에게 3차 대전을 위한 이념적 자세를 갖추게 하고있다』고 주장했다.
소련정치학자들은 냉전의 씨가 2차 대전 때 뿌려졌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번 새 전사는 바로 그 냉전으로 야기된 서로의 불신을 어느 정도 없애보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볼티모·선=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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