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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송계 한담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근래 이조의 화가 중에서 화단사적인 위치나 화격으로 보아 재평가해야만 될 사람이 몇 사람 있다. 그 중에서도 북산 김수철은 참신하면서도 기운이 넘치는 근대감각으로써 비할 이가 없는 작가적인 풍도를 이룬 사람이다. 사물의 묘사에 있어서 대담한 생략과 가락 잡힌 왜곡을 서슴지 않았으며, 그의 청신한 설채는 마치 서구적인 수채화를 연상시켜주는 상쾌한 감명을 준다.
그의 산수나 화훼 모두가 그러하지만 때로는 유탄약사라 해서 유탄으로 밑그림을 소묘하고 그 위에 단숨으로 그려 내린 골선과 담채로써 화면을 완성시킨 작품의 예가 적지 않다.
말하자면 북산의 그림은 동양적인 풍아로써 멋지게 바탕을 삼고 있으면서도 묘사기법에 있어서는 새로운 서구풍의 기량과 근대감각을 짙게 곁들임으로 해서 유례가 드문 독자적인 화격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북산이 세운 이러한 화풍의 계보를 따져본다면 18세기 후반기로부터 19세기 전반기에 걸쳐서 활동한 선배 화가 중에서 학산 윤제홍과 학산 김창수의 산수화와 유사성이 깊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러나 북산과 이들과의 관계가 어떤 사이였는지 지금 밝힐 자료는 없으나, 다만 북산의 나이가 그들보다 상당히 얕다는 것을 짐작할 따름이다. 북산의 출신이나 재세기간도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이화여대박물관 소장의 화훼그림 한 폭에 「경무춘중」이라 한 기념낙관이 남아있음으로 해서 1850년 작임을 밝힐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고남 전기의 산수(국립중앙박물관) 중에 그 화풍이 적지 않게 북산 산수법에 유사한 작품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고남도 북산의 산수법에서 감명된 바 있었음을 짐작케 해준다.
이 『송계한담도』는 고 전형필 선생 수집품 중에 있는 산수화훼첩 가운데 일엽으로서 북산의 예술이 원숙한 경지에 이르렀던 노년기의 작품들임은 여기에 담겨진 작품들이 지니는 뛰어난 화격으로 보아 능히 짐작이 된다. 청열한 계류가에 서 있는 장송들의 보이는 가락 잡힌 기세의 운치라든지 인물들의 묘사에 나타난 대담한 생략 등 북산의 그림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풍운을 싣고있는 가작이라고 할만하다.
지본담채 33.4㎝ × 43.3㎝ [최순우<국립박물관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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