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플러」가 줄지은 논둑길을 따라 들어가는 산마을에서 간이상수도공사가 한창이다. 산골짜기의 물을 막아 수원지를 만들고 「파이프」를 묻는 마을 젊은이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이송이 맺혔다.
호두로 이름난 충남 천원군 광덕면 광덕리에는 올해도 호두풍년이란다.
이 마을 농가 2백37가구 가운데 1백80가구가 호두나무를 기른다. 올해 수확량은 6백가마, 1말에 2천원인 농협수매가격으로 1천2백만원이 된다.
마을 이장인 양승노씨(49)는 호두나무가 5백그루, 한 나무에서 3말 이상을 딴 20년생이 1백그루나 된다고 했다.
양씨는 올해 60가마를 따서 1백2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40년생 나무 1그루에서 최고 1가마반(3만원)까지 나왔다고 한다.
나무는 봄철에 한번 비료를 주고 5월과 7월 두 차례만 살충제를 뿌려 해충을 없애면 손질이 가지 않는다. 염씨가 한해 들이는 돈은 7만원쯤. 그래서 호두수입만으로 세 아들을 공주와 천안에 하숙시켜 대학과 고교를 가르치는 등 5남매 뒷바라지에 넉넉하다는 것이다.
이웃 우문명씨(39)도 올해 2가마를 수확했는데 내년부터는 어린 나무가 자라기 때문에 매년 5말씩 늘게 된다며 활짝 웃었다.
「천안호두」의 산지는 천원군 광덕면의 광덕리·보산원리·지장리 등 3개 마을. 불과 2백30호의 산출량이 1천2백가마(2천4백만원)로 한 집이 10만원꼴의 부수입이 되는 셈.
그러나 농민들은 여름에 농사자금이 모자라면 상인들에게 돈을 빌어 쓰고 가을에 호두를 헐값에 넘겼다. 이 때문에 농협에서는 2년 전부터 관리비를 융자해 주고 공동수매를 실시, 농민들은 그전보다 한말에 5백원씩 비싼 값을 받게 된 것이다.
군에서는 올해도 병천면 봉항리에 다래나무에 접목한 접목묘 2천4백그루를 심어 8정보의 호두단지를 조성했다. 천안의 유명한 「호두과자」는 이 호두를 재료로 만들어진다. [글 이기영기자 사진 이창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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