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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천안호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포플러」가 줄지은 논둑길을 따라 들어가는 산마을에서 간이상수도공사가 한창이다. 산골짜기의 물을 막아 수원지를 만들고 「파이프」를 묻는 마을 젊은이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이송이 맺혔다.
호두로 이름난 충남 천원군 광덕면 광덕리에는 올해도 호두풍년이란다.
이 마을 농가 2백37가구 가운데 1백80가구가 호두나무를 기른다. 올해 수확량은 6백가마, 1말에 2천원인 농협수매가격으로 1천2백만원이 된다.
마을 이장인 양승노씨(49)는 호두나무가 5백그루, 한 나무에서 3말 이상을 딴 20년생이 1백그루나 된다고 했다.
양씨는 올해 60가마를 따서 1백2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40년생 나무 1그루에서 최고 1가마반(3만원)까지 나왔다고 한다.
나무는 봄철에 한번 비료를 주고 5월과 7월 두 차례만 살충제를 뿌려 해충을 없애면 손질이 가지 않는다. 염씨가 한해 들이는 돈은 7만원쯤. 그래서 호두수입만으로 세 아들을 공주와 천안에 하숙시켜 대학과 고교를 가르치는 등 5남매 뒷바라지에 넉넉하다는 것이다.
이웃 우문명씨(39)도 올해 2가마를 수확했는데 내년부터는 어린 나무가 자라기 때문에 매년 5말씩 늘게 된다며 활짝 웃었다.
「천안호두」의 산지는 천원군 광덕면의 광덕리·보산원리·지장리 등 3개 마을. 불과 2백30호의 산출량이 1천2백가마(2천4백만원)로 한 집이 10만원꼴의 부수입이 되는 셈.
그러나 농민들은 여름에 농사자금이 모자라면 상인들에게 돈을 빌어 쓰고 가을에 호두를 헐값에 넘겼다. 이 때문에 농협에서는 2년 전부터 관리비를 융자해 주고 공동수매를 실시, 농민들은 그전보다 한말에 5백원씩 비싼 값을 받게 된 것이다.
군에서는 올해도 병천면 봉항리에 다래나무에 접목한 접목묘 2천4백그루를 심어 8정보의 호두단지를 조성했다. 천안의 유명한 「호두과자」는 이 호두를 재료로 만들어진다. [글 이기영기자 사진 이창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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