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 가는 서방측의 편지 대만 정보원이 빼내 조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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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대만의 정보 당국은 서방측 학자들이 중공 학자에 보낸 초청 편지를 훔쳐내 가짜 편지로 바꿔 보낸 공작을 했음이 알려졌다.
8일자 「월·스트리트·저널」지 화제난 기사에 의하면 대만의 정보원들이 「홍콩」의 우체국 직원을 매수, 북경의 학자에게 가는 초청 편지를 입수해서 중공의 소인이 찍힌 위조 편지로 바꾸어 발송함으로써 그들의 미국 및 서독 방문은 실현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게끔 조작했다는 것이다. 그 전말은 이렇다.
「전미 학술 연합회」의 회장인 「프레드릭·부커드」씨는 지난해 도교에 대한 국제 학술 회의에 몇명의 중공 학자들을 정중하게 초청했다.
두명씩이나 초청장을 발송했다.
그러나 답장이 없었다. 마침내 북경의 소인이 찍힌 편지가 오긴 왔으나 그 내용인 즉 『만일 귀하가 이 따위 계략이나 술책을 농한다면 귀하의 대갈통을 부숴 버리고 말겠다』 는 것이었다.
이 편지는 북경 과학원 홍위대의 「사인」이 들어 있었다.
여하튼 미·중공 문화 교류의 확대를 천명한 상해 공동 성명의 정신에 비추어 볼 때 「부커드」씨로선 생각지도 못했던 반응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는 「유엔」주재 중공 대표단에게 이 편지가 진짜로 북경의 태도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고 물어 봤다. 그랬더니 곧 『그렇지 않다』는 회신이 왔다.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설명과 함께 『당신이 두 번 보낸 편지가 중공 과학원에는 결코 도달하지 않았으며 북경에서 왔다는 답장은 날조된 것이 확실하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내용의 편지를 받았는데 이들은 모두 중공 학자와 서구 학자들 사이의 서신 왕래를 막으려는 의도가 들어 있었다. 그래서 이 편지가 대만 정부에서 나왔다는 의심을 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워싱턴」에 주재하고 있는 대만 대사 「제임즈·셴」씨는 이와 같은 우편물 도난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말하고 그런 수법이 무어 그리 신통한 것이냐는 태도를 취했다.
그렇지만 다른 나라에 있는 보다 덜 세련된 정보 계통이 이런 짓을 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미국 당국자들은 중공에 들어가는 외부 세계의 대부분 우편물이 통과하는 「홍콩」에서 이런 장난이 행해진다고 보고 있다.
「홍콩」의 우편국 직원들이 매수 당하여 가끔 그럴듯한 편지를 빼돌리는 것은 기술적으로 상당히 쉬운 일이다. 여기서 가짜 답장을 만들어 중공 우표를 붙이고 가짜 소인을 찍어 발신인에게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한 독일 물리학자가 북경 원자력 연구원의 「창·W·Y」에게 편지를 보내어 1년간 독일의 원자력 실험소에서 같이 연구하자는 제의를 했다.
두달 후 이에 대한 답장이 왔다. 『「창」 교수와 중공의 과학자들은 중앙 교도소 같은 곳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자유가 없읍니다. 따라서 귀하의 초청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현재 중공인민은 모의 1인 지배에 대한 피의 댓가를 치르고 있으며 곧 해방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독일인의 지원을 바랍니다』라고 씌어 있었다. 그런데 발신인은 북경의 반공 단체로 되어 있었다.
그 이래로 중공을 방문한 인사들은 「창」 교수에게 그 사건에 대해 문의했다.
그러나 「창」 교수는 자기는 그런 초청을 받은 바도 없고 더우기 감옥 같은 생활을 하고 있지도 않다고 말하고 있다.
「창」 교수는 또 이번 달에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말하였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여기에는 몇 통의 위장 서한이 작용하여 학자들에게 상호 교류 계획을 취소케 하고 중공에 내분이 일어나고 있다는 착각을 유발하도록 획책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한 미국인 교육자는 자기도 그와 유사한 위장 서한을 받아 그대로 믿었다는 것이다. 즉 그 내용은 주은래 수상이 중공의 지방에서 일어나고 있는 봉기를 진압하느라 겨를이 없어 교육 문제에는 신경을 쓸 수 없다는 것으로 그 교육자는 그에 대해 답장을 보냈다고 말하였다. 만약 이 답장이 북경에 전달되었다면 이를 받아 본 사람은 필경 당황했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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