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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최소 무승부 … 알제리 ‘제물’ 삼아 16강 티켓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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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호 19면

4일 오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 공인구 브라주카의 공개행사에서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새 공인구를 직접 사용해보고 있다. 김민규 기자

유럽 축구의 신흥 강호 벨기에와 복병 러시아, 그리고 아프리카 돌풍의 주역 알제리. 어느 하나 만만한 팀이 없지만 넘지 못할 벽도 아니다. 홍명보(44)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 대표팀이 ‘역대 최상’으로 평가받는 대진표를 받아 들고 내년 6월 브라질 월드컵 본선 무대에 도전한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남은 기간 동안 홍명보호가 잘 준비하고 가진 기량을 제대로 발휘한다면 최소 1승2무 이상의 성적으로 16강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브라질 월드컵 조 편성 이후 전략은 …

알제리 강점은 ‘허리 힘’ … 역습 축구 능해
홍명보호의 운명은 내년 6월 23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남부 해안도시 포르투알레그리에서 열리는 알제리와의 2차전 결과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H조 경쟁자들 중 상대적 약체로 평가받는 팀인 만큼 반드시 이겨야 조별리그 통과 가능성이 커진다. 알제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6위(12월 기준)로 한국(54위)보다 높지만 본선 무대를 밟은 경험이 네 차례(브라질 월드컵 포함)에 불과한 데다 단 한 번도 결선 토너먼트에 오르지 못했다. 20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아 이목을 집중시킨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잉글랜드·미국·슬로베니아 등과의 조별리그 경쟁에서 1무2패에 그쳐 조별리그에서 일찌감치 탈락했다. 8회 연속 본선행, 2002 한·일 월드컵 4강과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 등 꾸준한 성적을 낸 한국에 비해 경험과 자신감이 부족하다.

 알제리가 아프리카 지역예선 A조에서 5승1패로 조 선두에 오르고 부르키나파소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해 본선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던 원동력은 ‘허리 힘’에 있었다. 현역 시절 구 유고연방의 간판 골잡이로 명성을 떨친 바히드 할리호지치(61) 알제리 감독은 특정 선수에게 주인공 역할을 맡기는 대신 필드 플레이어 전원이 함께하는 압박과 패스워크를 선호한다. 스트라이커 출신답게 공격적인 전술을 구사하지만, 잔뜩 웅크리다 위력적인 카운터 어택 한 방으로 골을 넣는 역습 축구에도 능하다는 평이다. 미드필드진의 리더는 스페인 프로축구 발렌시아에서 활약 중인 공격형 미드필더 소피앙 페굴리(24)다. 패스와 드리블 돌파가 뛰어나고 중앙과 측면 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어 ‘알제리의 지단’으로까지 불린다. 한국이 알제리를 ‘1승 제물’로 삼으려면 페굴리부터 꽁꽁 묶어야 한다.

 가장 껄끄러운 상대는 톱 시드를 배정받은 FIFA 랭킹 11위의 강호 벨기에다. 내년 6월 27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조별리그 3차전 상대로 만날 팀이다. 벨기에는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유럽 예선을 무패(8승2무)로 통과하며 12년 만에 본선 무대에 복귀했다. 10경기에서 18골을 몰아넣고 4실점에 그치는 등 공·수 균형이 뛰어나다. 축구 전문가들은 브라질 월드컵 우승 판도를 뒤흔들 복병으로 벨기에를 첫손에 꼽는다. 요아힘 뢰브 독일 대표팀 감독 역시 “비밀스러운 실력자”라는 말로 이웃 나라 벨기에를 경계했다. 상대 전적에서도 한국이 1무2패로 뒤진다. 현실적으로 승리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대다.

 하지만 이탈리아·독일·스페인 등 유럽의 전통적인 강호들과 견줘 허점이 많은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에당 아자르(22·첼시), 마루앙 펠라이니(26·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로멜루 루카쿠(20·에버턴) 등 젊은 피 위주의 벨기에 라인업 대부분은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하다. 이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 출신의 이민자 2세대가 주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조직력에도 종종 문제점을 드러낸다. 지난달 일본과의 A매치 평가전에서 졸전 끝에 2-3으로 패한 것이 좋은 예다. 3차전에서 맞붙는 일정도 한국엔 긍정적이다. 벨기에가 앞서 치를 두 경기에서 일찌감치 16강행을 확정 지을 경우 한국전에 벤치 멤버를 기용하는 등 느슨하게 플레이할 가능성이 있다.

 내년 6월 18일 중서부의 도시 쿠이아바에서 열리는 조별리그 1차전에서 만날 러시아(FIFA 랭킹 22위)는 알제리와 더불어 홍명보호의 16강행을 결정할 중요 변수다. 한국이 러시아를 상대로 무승부 이상의 결과를 얻어 첫 단추를 잘 끼우면 이후 일정에 숨통이 트이지만, 반대의 경우엔 나머지 두 경기 모두 살얼음판을 걸어야 한다. 러시아는 유럽 F조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8·포르투갈)가 이끄는 포르투갈을 제치고 조 선두에 올랐을 정도로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지만 벨기에와 마찬가지로 큰 대회 경험이 부족한 게 단점으로 꼽힌다. 지난달 홍명보호와의 평가전(한국 1-2 패)을 통해 전술적 특성을 미리 드러낸 점이나 홍 감독이 올해 초 러시아 1부리그 클럽 안지 마하치칼라의 어시스턴트 코치로 활약하며 주요 선수들에 대한 분석을 상당 부분 마쳤다는 점 등도 한국에 호재다. 홍 감독은 조 추첨식 직후 열린 인터뷰에서 “본선 개막 직전인 5월에 치를 평가전은 1차전에서 맞붙는 러시아를 염두에 두고 상대를 정할 것”이라는 말로 러시아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덥고 습한 첫 경기 도시 쿠이아바가 변수
대진 운과 일정뿐만 아니라 경기를 치를 환경도 홍명보호에 긍정적이다. 한국은 대회 기간 중 브라질 서남부 국경지대의 관광도시 이과수에 베이스캠프를 차릴 예정이다. 개막 일주일 전부터 이과수에 머물며 현지 적응을 마친 뒤 본선 도전을 시작한다. 조별리그 3경기 모두 경기 전날 개최 도시로 건너갔다가 경기를 마친 뒤 다시 이과수로 돌아가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4년 전 남아공 월드컵에서 활용해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뤄내면서 검증을 마친 방법이다.

 한국이 경기를 치를 세 도시(쿠이아바·포르투알레그리·상파울루)의 한복판에 이과수가 자리 잡고 있다. 지역별 시차가 없는 데다 이동 거리도 길지 않아 선수단의 체력적 부담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과수를 기준으로 러시아와의 1차전을 치를 브라질 중서부의 내륙도시 쿠이아바가 이동 거리 1100㎞로 가장 멀고, 각각 남부와 남동부에 위치한 해안도시 포르투알레그리(590㎞)와 상파울루(830㎞)는 상대적으로 가깝다. 비행기로 이동할 경우 세 곳 모두가 두 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쿠이아바가 6월 평균 기온이 섭씨 30도에 이르는 데다 습도도 높은 지역으로 알려져 우려를 낳고 있지만 포르투알레그리와 상파울루는 서늘한 해양성 기후여서 경기를 치르기에 쾌적하다. 홍명보 감독은 이와 관련해 “한국 선수들은 어려운 환경에 처했을 때 저력을 발휘하는 특징이 있다”면서 “쿠이아바의 고온 다습한 기후가 오히려 우리에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모로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한국 축구대표팀의 가장 큰 적은 ‘방심’이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본선 조별리그 대진이 나쁘지 않은 데다 기후·이동거리·해발고도 등 환경적 요인들도 무난해 기대감이 한층 높아졌다”면서도 “조별리그에서 절대 강자가 없다는 건 마지막 경기까지 물고 물리는 접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진 운이나 주변 환경은 우리뿐만 아니라 H조 조별리그 상대팀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변수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될 것”이라 조언했다. 김호 전 대표팀 감독은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나라들 중에 우리가 손쉽게 생각할 수 있는 상대는 한 팀도 없다. 대표팀 경기력을 다지는 동시에 상대팀에 대한 정보를 철저히 분석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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