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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국어로 옮겨지는 『조선왕조실록』|세종실록 연대기 19집 완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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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조선왕조실록』의 국역사업은 우리 고전문헌의 현대 어역 가운데서도 가장 큰 사업이 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태조 실록 2집과 세종실록 연대기 19집이 최근 완간된 것은 큰 업적으로서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종대왕기념사업회는 최근 『태조 강헌대왕실록』2집과 『세종 장헌대왕실록』의 연대기 19집을 국역 완간, 조선왕조 초기 가장 중요한 시기의 역사를 밝혀놓은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엄청난 양의 관찬사라고 평가되는 이 『조선왕조실록』을 한문 원문에서부터 정확하게 현대 국어로 옮기는 작업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재력과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계획조차 힘든 일이었다.
『조선왕조실록』은 축쇄·영인한 것으로만 도 국배 판 평균 7백 면으로 전 49권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이를 국역하면 적어도 3백 권의 양이 되는 것을 생각하면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사업이었다.
그러나 역시 이 사업의 중대성에 비추어 어느 부분만이라도 국역에 손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세종실록이 세종대왕기념사업회에 의해 국역되기 시작했고 이것이 어느 정도 진척되면서 민족문화 추진회가 다른 부분의 국역을 계획하게 됐다. 『조선왕조실록』의 국역은 따라서 세종 기념사업회가 태조부터 성종까지, 민족문화 추진회가 연산군부터 철종까지를 나누어 맡았다.
이렇게 해서 국역과 영인을 한데 묶어 사륙배판 5백 면 정도로 해서 무려 3백여 권에 완간 될 「실록」은 지금까지 그 가운데 21권이 간행된 것이다.
태조 실록은 단 두 권에 끝났지만 세종실록은 연대기만도 19집이며 이외에도 연내에 나올 『지리지』1권, 『악보』2권, 내년에 나올 『칠정산』2권, 『오례의』2권이 있어 모두 합치면 26권에 담길 방대한 양이다.
태조 실록은 태조 원년 1392년부터 7년간의 사실을 기록한 것으로 태조 이성계가 왕위에서 물러난 지 천여 년이 지난 태종 9년 1409년에 하륜·유관·정이오·하계량 등이 왕명으로 편찬에 착수, 1413년에 완성했었다.
세종 때 신사·권제·안지·남수문에 의해 개수되고 다시 정인지에 의해 중수된 바도 있으나 이성계가 왕위에 오르기까지의 파란에 찬 이야기들이나 등극에서 그 후 7년간이 소상히 기술됐다.
또 세종실록은 세종 즉위년인 1418년 8월부터 32년간에 걸쳐 정치·군사·외교·경제· 제도·예악·문물 등 각 분야의 사실을 연·월·일에 따라 정확히 기록했다.
완간된 세종실록의 연대기 19집에는 재위기간에 가장 많은 업적을 남긴 세종의 행적이 역력히 담겨있다.
가령 제1집엔 이종무의 대마도 정벌이, 제2집엔 경자자 주조와 집현전 강화가, 제3집엔 여진 정벌, 진제소 설치가, 제4집엔 불사를 선교 36사로 통합, 조선통보 주조가, 제5집엔 금주령 등이, 제7집엔 「향약구급방」간행 등의 기사가 실려있다.
이의 국역에 참여한 이는 권오돈·김규성·김익현·남만성·이가원·이식·이우성·이재호·임창순·임창재·주치원·차왕환·하성재·홍진표씨 등.
문공부의 고전국역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이 실록의 국역은 매년 6권내지 7권을 내는 상황으로 추진되고 있다. 세종 기념사업회는 연 1천 7백만원의 예산으로 이 일을 진행해 왔다. 이런 속도로 가면 여기서 맡고있는 태조∼성종 사이의 실록 90집의 국역출판을 위해서는 적어도 10년이 더 걸리게 되는 셈이다.
한편 연산군∼철종 기간을 맡은 민족문화 추진 회는 연말까지 연산군 실록의 제1집을 내고 계속 2백 5집의 실록을 간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의 정부지원을 가지곤 실록 외의 여러 고전의 국역도 추진해야하는 여건에서 이것을 모두 내는 것은 부지하 세월이라고 추진회 편수국장 이계황씨는 말하고 있다.
실록번역사업을 위해 정부가 연 3천만원만 투입하더라도 매년 10권 정도씩 출판하여 완간까지는 20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이곳 국역담당자는 성낙훈·신호열·김용국·김규성씨, 교열엔 조국원씨가 협조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영인본이 한문으로 돼있어 극소수의 연구자를 제외하면 읽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의 국역을 통해 보다 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우리의 문화·사상·역사를 보편화할 필요는 큰 것이다.
더욱이 이병응 박사의 지적처럼 『「그리스」신화를 도외시하고 서구문학을 논할 수 없듯이 조선왕조실록을 보지 않고 한국의 역사는 물론 기타 한국문화 전반에 대해 운위할 수 없다』고 하면 고전국역 중에서도 실록의 국역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사업이 아닐 수 없다.<공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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