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주부대학생|미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최근 미국대학가에는 주부대학생들의 수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대학 당국자들은 이번 가을 학기에 전국 각 대학에 등록한 30세 이상의 여대생 수는 50만 명에 이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워싱턴주립대학의 경우 30세 이상의 여대생(대학원포함) 수는 지난 60년의 7백59명에서 올해는 1천9백23명으로 늘어났고 「노드캐럴라이 너」대학은 지난 4년간 28세 이상의 학부등록 여학생만도 60%가 증가했다.
주로 가정주부들인 나이 든 여대생들의 나이는 20대 후반에서 50대에 이르기까지 광범한데 이들이 캠퍼스로 되돌아오는 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되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여성의 근본적인 역할에 대한 사회인식이 변화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얼만 전까지만 해도 30대 이후의 주부들이 공부하러 가는 것은 이상한 것으로 보여졌고 특히 자녀가 있는 경우는 그들을 들보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기가 쉬웠다. 그러나 오늘날은 여성해방운동자와 중산층 주부들이 대학교육을 받지 않으면 지역사회생활에서 다소멸시를 받는 경향 때문에 이들이 대학으로 되돌아가 공부를 다시 하게 되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것으로 보여지지 않게 되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많은 주부들이 스스로 돈을 벌어 비싼 등록금을 낼 수 있을 만큼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겼고 간편한 식품이 보다 많이 개발되어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대학도 이들을 환영. 「퍼듀」대학은 대학원생들의 부인이 등록하면 특별장학금을 지급, 한해에 2∼3강좌는 수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것은 남편과 부인의 교육격차가 너무 심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대학당국자는 설명한다.
이들은 강의실에서 10대, 20대들과 공부하고 경쟁하면서 더러는 탈락하지만 대개 는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지난해 「조지·워싱턴」대학의 주부대학생 중 81%가 A나 B의 성적을 받았는가 하면 「브루클린」대학의 「제이컵」학장은 『젊은 신입생들은 숙제로 읽어야할 20권의 책 중 5∼6권밖에 읽지 않겠지만 주부학생들은 이것을 모조리 다 읽을 것』이라고 칭찬이 대단하다.
중년이 넘어 학부를 시작, 교육학학사를 따고 올해 대학원에 진학한 52세의 한 주부여대생은 『이 나이엔 이제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나는 이제 새로운 인생의 목적을 찾았다. 멀지않아 고등학교나, 초급대학의 카운슬러가 되어야 겠어요』라고 그의 만학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아뭏든 이러한 경향은 무엇보다도 미국여성의 억척스럽고도 부지런하며 진취적인 생활태도의 일면은 잘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