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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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금년도 노벨경제학상은 「존·R·힉스」와 「케네드·J·애로」가 공동으로 받았다. 「힉스」는 고희를 눈앞에 보는 은발의 노 교수. 외신에 따르면 아직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강의를 한다. 「에네르기쉬」(정력적) 한 장년의 모습을 보여주는 「애로」는 이제 50을 갓 넘은 미국 하버드대 교수. 이들은 모두 「신후생 경제학파」의 이론가들인 점에서 공통된다.
「힉스」 교수는 상금(10만 달러)의 용도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주저 없이 런던대 도서관에 희사하겠다고 말했다. 런던대학은 이른바 『런던학파』의 본산이다. 최근 이 대학의 도서관은 그 권위도 무색하게 자금난으로 허덕이고 있는 모양이다.
영국의 경제학은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A·마셜」을 중심으로 한 신고전학파가 완전히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런던대학의 「E·캐넌」 등 일군의 학자들은 여기에 반기를 들고일어났다. 이들은 북구학파·「오스트리아」학파·「로잔」학파 등의 이론을 풍부하게 섭취, 그 대륙의 경제학을 활발히 소개했다. 「F·A·V·하이에크」「G·하벌러」「P·N·로젠슈타인로단」「N·칼도」 등과 함께 「J·R·힉스」는 런던 학파의 대표적인 학자이다.
오늘에 있어서도 런던학파는 경제학의 지배적인 조류를 이루는 「케인즈」경제학·자유주의 경제학·신고전학파 경제학 중의 하나로 군림한다. 자본주의세계의 경제학계에서 그 확고한 지도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힉스」나 「애로」의 이론적인 근거가 되고 있는 「후생경제학」은 「인간행복의 척도」를 경제적 후생으로 규명하려고 한다. 「후생경제학」이란 말은 이미 1920년에 영국경제학자 「A·C·피구」의 저서에서 제기되었지만, 현대엔 보다 일반화된 의미로 쓰인다. 「힉스」자신의 설명을 따르면 경제정책의 원리를 규정하고, 어떤 정책이 사회 후생에 도움이 되며 또 어떤 정책이 낭비와 궁핍을 가져올 것인가를 실명하는 「경제정책의 경제학」이 바로 후생경제학이다.
그러나 이 이론은 현실적으로 꿈과 같은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활발히 제기되었다. 이른바 실증적 경제학자들의 그와 같은 주장에 도전하여 「힉스」나 「N·칼도」 등은 「신후생경제학」의 이론적 열쇠를 제시했다. 후생경제학을 「신」「구」로 분류한 것은 역시 노벨경제상 수상자이기도 한 「P·A·새뮤얼슨」교수 (미국)의 견해이다.
현재 후생경제학의 순수이론은 「케네드·J·애로」·「I·M·D·리틀」과 같은 학자의 진지한 연구에 의해 전개되고 있다. 한편 임금계약의 후생분석과 같은 극히 현실적인 응용이론의 개발에 골몰하는 학자들도 있다. 「충격적 문명」의 「리듬」 속에서도 인류는 행복추구의 절절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노벨경제상 수상자들의 어깨는 더 한층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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