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후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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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후추는 향신료로서 그 역사가 오래된 것 중의 하나로 서양요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조미료이다.
줄기로 자라는 상록관목인 후추는 여름에 황백색의 작은 꽃을 피우고 익으면 붉은 색 열매를 맺는다. 원산지는 인도의 「마라바루」지방, 「말라야」반도·「보르네오」등지이다.
보통 양념으로 사용하는 후추는 2종류. 우리가 흔히 보는 후추는 껍질이 검은 것으로 열매가 익기 전에 채취해서 건조시킨 것이다. 소위 백후추는 완전히 성숙한 후추 열매를 따서 껍질을 벗긴 것이다. 맵기는 흑후추가 더 강렬하고 향기는 백후주가 더 높다.
우리가 요리에서 자주와 마늘을 많이 사용하듯이 서양요리에서는 향신료로 후추를 이용한다. 후추의 특징은 독특하고 강렬한 자극성에 있기 때문에 육식을 주로 하는 구미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조미료이다.
즉 후추의 매운 성분인 「알칼로이드」는 미각신경을 자극하여 식욕을 증진시킬 뿐 아니라 위점막을 자극, 위액분비를 촉진시키는 강력한 작용을 지니고 있으므로 후추는 채식을 주로 하는 우리네의 조미료라기 보다는 육식에 맞는 조미료이다. 또 후추는 동물성단백질의 좋지 못한 냄새를 없애고 좋은 맛을 내주기 때문에 고기와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먹을 때는 꼭 넣는 것이 좋다.
후추의 독특한 향기는 「페란드렌」이라는 휘발성의 방향성분 때문이다.
한방에서는 후추가 소화를 촉진시키고 위를 따뜻하게 해 준다 그 해서 만성위염이나 소학불량 때 처방하나 후추를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오히려 위점막을 과다하게 자극해서 악영향을 미치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확실히 밝혀지진 않았으나 후추에 혈압을 높이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는 설이 있으므로 고혈압환자는 후추를 피하는 것이 좋다.
향신료로서 후추는 손색이 없지만 영양학적인 가치에 있어서는 그다지 보잘 것이 없다. 전체의 56.2%를 탄수화물이 차지하고 있지만 이는 거의 소화가 안되므로 영양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밝혀진 단백질 조성은 8.7%, 지방은 5.5%, 수분은 10.6%이지만 「칼로리」는 계산되지 않고 있다. 「비타민」은 거의 추출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후추의 무기질함량은 아주 높다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은 가하면 아무리 검출하려 해도 검출이 안 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어 아직 확실치 않다.
후추는 시중에서 알맹이나 가루로 말리고 있는데 진짜 후추의 향기를 맛보려면 알맹이로 된 후추를 사서 사용할 때마다 가루로 만드는 것이 좋다. 가끔 시장에서 파는 후춧가루에는 불순물이 섞여 있기도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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