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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인수위원들 정부 업무보고 참석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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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0일 오전 과천 재정경제부 대회의실. 재경부가 정부 부처 중 처음으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였다. 긴 장방형으로 배치된 회의장 가운데 盧대통령이 앉고 오른쪽엔 김진표 경제부총리 등 재경부 관료들이, 왼쪽엔 고건 국무총리와 청와대 참모들, 그리고 정세균 민주당 정책위의장 등이 자리잡았다.

회의 시작 직전 재경부 관료들 사이에 다소 술렁거림이 있었다. 왼쪽 끝에 이동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시사평론가 정태인씨,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등 세명이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 1분과 위원이었던 李연구위원과 鄭씨, 경제 1분과 자문위원이었던 林연구위원은 참여정부에서 아무런 직책을 맡지 않은 채 원직으로 복귀했다.

청와대나 민주당 측도, 재경부 측도 아닌 외부인사라고 할 수 있는 이들 3인은 이날 업무보고에 정식 토론자로 참석했다. 盧대통령은 이들을 직접 소개하면서 "인수위에서 경제분야 업무를 도왔다"며 "앞으로도 경제정책 자문을 계속 해달라는 뜻으로 함께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특히 "국민이 보기에 이쪽은 개혁하면서도 안전 지향의 행정을 꾸려온 분들이고, 저쪽은 자꾸 개혁하자고 재촉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분들이니 한번 토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쪽'이란 재경부 관료들을, '저쪽'은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을 지칭한 말이었다. 물론 외부인사 3인도 '저쪽'이었다.

재경부 일각에선 현재 정부에서 아무런 직책을 맡지 않고 있는 옛 인수위 위원들까지 정부의 경제정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김진표 경제팀'의 공식 라인을 위축시키는 별도 팀으로 기능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참여정부 정책의 큰 방향을 만든 사람들로서 정부 정책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정책에 직접 개입하는 일은 하지 않으면서, 큰 줄기가 어긋나는 일이 없는지 점검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과거에도 대통령 업무보고에 민간 자문위원 등이 참석한 일이 있었다"며 "다른 부처의 업무보고에도 옛 인수위 위원들이 계속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제 정책을 공식적으로 다루는 자리인 만큼 굳이 토론자로 참석시키고 싶다면 우선 업무보고에 참석하기에 합당한 자격, 즉 정부 직제상의 직책을 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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