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검사 퇴출이 人事의 기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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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각영 검찰총장이 결국 퇴진했다. 재임 4개월 만의 중도하차다. 2001년 5월 박순용 검찰총장 퇴임 이후 2년이 채 안되는 동안 네번째 새로운 총장을 맞게 됐다. 검찰권 독립을 위해 2년 임기를 법으로 규정한 취지가 무색해졌다.

金총장의 단명은 예상됐던 일이다. 전력(前歷) 때문에 취임 당시 시비가 있었고 현대상선 4천억원 북한 송금 의혹 사건의 수사유보 결정 과정에서 내부 신망마저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평검사 파동과 노무현 대통령의 공개적인 불신임 표명은 사실상 검찰 총수로서의 기능을 상실토록 만들기 충분했다.

그렇더라도 金총장의 퇴진 과정은 문제가 있다. 그동안 새 정부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검찰총장의 임기 보장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평검사 토론회에서 나타난 盧대통령의 검찰 수뇌부에 대한 불신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심각해 보였다.

검찰 개혁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검찰 수뇌부 불신이 그 정도였다면 대통령이 직접 명확하게 의중을 밝히는 게 옳았다고 본다. 생중계 공개토론회에서, 더욱이 평검사들을 모아놓고 지휘부 불신을 밝히는 방법으로 퇴진을 강요하다시피한 것은 생각해 볼 일이었다.

검찰총장의 단명 현상은 만신창이인 현 검찰 위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그동안의 검찰 잘못에 따른 업보요, 자업자득이다. 정치권을 비롯한 외부 세력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검찰이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대규모 검찰 인사가 불가피해졌다. 수십년간 헌신해온 검찰간부들을 모두 불명예스럽게 해서는 안될 일이다. 신상필벌과 정치검사 퇴출 등 객관적 기준과 원칙이 특히 중요한 시점이다. 정치적 사건에서 축소.은폐.왜곡.편파수사 비난과 함께 특검을 불러온 수사팀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 권력에 빌붙은 이른바 정치검사들은 모두 무조건 퇴출돼야 한다. 강금실 법무부장관이 일부 사건을 구체적으로 지적했지만 정치검사의 퇴출은 검찰 개혁의 출발점이자 목표점이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