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학습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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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민학교 마당이 한결 밝아질 것만 같다. 1주일 중 하루를 어린이들이 책가방 없이 등교하는 「자유 학습의 날」로 정했다는 16일 문교부 발표는 대체로 사회 각계의 환영을 받고 있다. 오늘의 교육의 특색이라 할 이른바 「생애 교육」은 비단 시간적 차원에서만 확대되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공간적인 차원에서도 학교 교실 밖의 사회의 전 영역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 박물관· 미술관· 생산 공장· 농사장, 그리고 자연의 돌과 산이 또한 교실에 못지 않은, 아니 교실로서는 대체될 수 없는 교육의 장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유 학습의 날」 의 설정은 바로 이 같은 교실 이외의 보다 넓은 교육의 장으로서 어린이 교육의 시간을 열어 젖혔다 하는데 에 우선 그 의의가 있다.
이 같은 교육의 장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교육의 대상, 교육의 내용의 확충을 가졌을 것이다. 그를 위해 한편으로는 교사의 입장에서 교실 교육 이상의 창의성, 자발성이 요청된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어린이들의 입장에서 그같은 교육의 보다 넓은 장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자유 학습의 날」의 실시가 성공을 거두게 된다면 앞으로 1주5일 수업으로써 그 같은「시간」의 여유도 마련되게 될 것이니 좋은 일이다.
그러나 여기 따르는 문제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첫째는, 대부분의 국민학교 교사들 자신이 아직 「자유 학습의 날」 을 스스로 학습해 보지도 못했고 준비해 본 일도 없다는 사실이나. 자유 학습의 질이 곧 교사들의 질에 의해서 좌우된다 해도 지나침이 없다면 우리는 앞으로 그들의 창의적인 교수 방법 터득과 실험 정신에 기대를 걸어 볼 수밖에 없다.
둘째는, 자유 학습을 위한 시설의 문제가 있다. 도시 학교의 경우 다른 것은 고사하고 우선 운동장 사정이 형편없이 모자란다. 서울시의 경우는 수용 아동 수의 과다로 인해서 법령에 맞는 규격의 운동장을 갖춘 학교조차 공립 국민교 중에는 하나도 없는 형편이다.
한편 농촌 학교의 경우엔 설혹 운동장은 갖춰 있다 해도 운동 기구나, 예능 실기 교육을 실습하기 위한 기구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학교가 오히려 예외에 속한다 할 것이다.
우리 나라 지역사회 발전이 도·농간에 지나친 격차를 벌려 놓고 있는 사정이 교실외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도시 어린이와 농촌 어린이 사이에 「자유 학습의 질」에 또한 지나친 격차를 강요하게 된다면 그것은 불행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는, 이 같은 자유 학습의 실시를 빙자해서 새로이 어떤 잡부금 같은 것을 거두게 되어 학부형·학자 모에게 여 외의 부담을 주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이점 특히 당국의 단호한 감독이 있어야 될 것이다. 물론 이 같은 문제점 때문에 자유 학습을 시험해 보려는 용기가 좌절될 수는 없고 또 결코 좌절되어서도 안 된다. 자유 학습이 갖는 긍정적인 측면은 그의 부정적인 문제점들을 능히 덮고 남음이 있다고 우리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장에는 만족할 만한 시설이 구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콩나물 시루 같은 교실에서 오직 주입식 수업에 혹사되고 있던 어린이들이 이제 하루나마 마음껏 뛰어 놀고 운동을 익히고 실험·실습을 하고 취미를 기르고 견학을 하고 그럼으로 해서 능동적·활동적·창의적·전 인간적인 인격 형성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문교 당국과 각시도 교육 위원회에서는 모처럼의 이 좋은 실험이 좋은 결실을 거두도록 전국적인 수준에서 그 정책의 뒷바라지를 할 수 있는 연구와 실천이 있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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