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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반론 기고

"북한 군사비 1조원"은 틀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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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홍성민
안보정책네트웍스 대표

- 문정인 연세대 교수 칼럼에 반박한다

지난달 5일 조보근 국방부 정보본부장의 국정감사 답변과 지난달 7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발언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남북한이 1대1로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질문에 조 정보본부장은 “독자적인 군사력으로는 우리가 불리하다”고 답했고 김 장관은 “전쟁을 하게 되면 결국 북한은 멸망하게 되겠지만 남한만의 전력은 북한에 비해 아직도 80% 정도 수준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연세대 문정인 교수는 중앙일보 11월 25일자 35면 ‘언제까지 ‘한국군 열세론’인가’ 제목의 칼럼에서 우리 군을 한국군 열세론을 통해 국방비나 늘리려는 한심한 집단인 것처럼 묘사했다. “남북한의 경제력 격차가 38배에 달하고 국가예산의 10%인 34조원을 국방비에 할당하는 한국군의 군사력이 고작 1조원의 군사비를 사용하는 북한군에 비해 아직도 열세라는 주장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라고까지 했다.

 우선 북한이 2004년 3월 25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비를 발표한 이래 한국국방연구원은 북한 국방비를 5조~6조원 정도라고 발표했는데 이를 1조원 규모라고 하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문 교수는 또 ‘1990년 이후 북한이 경제난으로 망했는데 어떻게 한국군이 열세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북한은 강성대국 건설기간(1998∼2012)에 민생을 포기하고 대부분의 국가예산을 제2경제체제, 즉 군수경제에 집중했다. 북한 군수경제의 특징은 인력·자원·군사과학기술 투입에 별도 예산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다만, 첩보에 의하면 과거 김정일의 1년 통치 비자금 규모가 약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 정도였는데 그 대부분을 해외에서 무기개발 관련 물자 구매나 사치품 수입에 사용했다고 한다.

 게다가 지난달 5일 조 정보본부장은 북한군이 휴전선에서 100㎞ 이내(황해도 사리원~강원도 통천 라인 이남)에 전체 병력의 70%(70만 명), 화력의 80%(8000문), 전차 2000여 대를 전진 배치했다고 말했다. 강성대국 기간의 북한군 전력증강 실태, 대규모 군 구조개편, 그리고 극단적인 전진배치가 최초로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정보당국은 무엇을 했는가’라는 것이 문 교수의 또 다른 의문이다. 문제는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 시절 대북 군사정보가 철저히 묵살됐다는 점이다. 강성대국 건설기간에 핵 및 대륙간탄도탄(ICBM) 개발, 통신선로 지중화, 군 구조 및 전력구조 개편, 기습공격을 위한 대규모 군사력 전진 배치, 미군의 첨단 감시자산에 대한 특별대비조치 등이 김정일 특명에 의해 비밀리에 추진됐다. 당시 북한이 비대칭적 전면전쟁을 은밀히 준비한다는 대북 첩보가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당시 고위급 망명자, 기타 첩보에 의해 확인됐음에도 그동안 철저하게 묵살됐다. 북한의 핵 및 군사적 위협에 대한 경시 풍조가 대북 군사위협 평가에 크게 작용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최악의 상황은 2004년과 2009년 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 각각 한국국방연구원과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남북 군사력 비교평가를 강행한 사실이다. 90년대 중반 수집된 대북 정보에 의하면 북한군은 이미 90년대 초반에 사단·여단급 교범에 핵무기 등 비대칭 전력의 사용을 구체화했다. 따라서 비대칭 전력을 감안하지 않은 남북한 전력비교는 무의미하며, 국방 경시 풍조를 우려한 군은 이에 반대했으나 역시 묵살됐다.

 북한의 전투서열(부대의 위치와 이동, 지휘구조, 그리고 병력의 배치와 운용 및 장비, 보급방법 등에 관한 정보)과 적 전술 및 대남 군사전략을 모르는 정치학자와 북한학자가 측근으로서 군 통수권자를 보좌한 탓도 크다고 본다.

 이제 외국 연구기관이나 학자의 발표보다는 국방부 발표와 대북 군사정보에 정통한 국방부 정보본부장의 말을 신뢰할 때다. 김영삼정부까지 1년에 3~4회 정기적으로 시행하다가 김대중정부 이후 슬그머니 사라진 국민과 언론에 대한 정기적 대북 군사정보 공개를 재개할 필요가 있다.

홍성민 안보정책네트웍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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