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유주열] 미세먼지의 일의대수(一衣帶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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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미세먼지”문제가 언론매체에 자주 오르내린다. 서울의 미세먼지가 도쿄의 2배이며 워싱턴의 3배라고 한다. 베이징은 서울의 몇 배의 미세먼지의 공격을 받고 있다면서 서울의 미세먼지의 절반 이상은 베이징에서 날라 온다고 한다.

중국은 에너지의 70%를 석탄에 의존하기 때문이 미세먼지는 단 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도 한다. 베이징의 외국인들은 “에어포칼립스(airpocalypse)”라는 자조적인 신조어를 만들었다. 공기에 의한 미래 대재앙의 예고(?示)란 의미가 들어 있는 것 같다.

사실 미세먼지(PM-10)보다 초미세먼지(PM-2.5)가 더 무섭다고 한다. 요 며칠 뿌연 하늘이 계속되어 최악의 초미세먼지는 마스크를 써도 헛일이라고 야단이다. 노약자나 심폐질환자는 무조건 외출을 삼가 하라고 한다.

지난 주 베이징을 다녀왔다. 베이징에 사는 지인은 미세먼지가 잔뜩 낀 날에 공항에 마중을 나가게 되면 베이징 날씨가 자신들의 잘못인양 미리 미안해진다고 한다. 그러나 날씨가 쾌청하면 입국하는 사람들이 먼저 알고 “소문과 다르네“라고 할 때는 자기 일처럼 기쁘다고 한다.

요즈음 베이징 날씨는 3청(淸) 4탁(濁)이라고 이야기한다. 3일 정도 맑았다가 4일간은 미세먼지로 도시가 뿌옇게 변하여 스카이 라인이 실루엣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베이징 날씨가 뿌옇게 변할 때는 대개 서울의 하늘도 뿌옇다. 미세먼지가 북서풍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기상 사진을 보면 베이징과 서울을 싸고 있는 미세먼지는 별반 차이가 없어(差不多) 보인다. 서해가 넓게 보여도 “일개 옷의 띠(一衣帶)” 같은 바다(水)에 불과하다.

옛 문헌에 “하늘이 열리고 땅이 생긴 이래로 중국과 한반도는 하늘과 땅이 이어지고 바람과 구름이 오가며”라는 구절이 있다고 한다. 한중(韓中) 두 나라의 문화가 형성되어 수천 년 면면히 교류되어 내려 온 것과 마찬가지로 하늘에서도 바람과 구름의 교류도 빈번했던 것 같다.

조선 시대에도 중국의 기후변화로 한반도에는 흙비가 자주 내렸다고 기록되어 있다. 우리들의 장독들에 모두 뚜껑이 있는 것도 하늘에서 내려오는 흙비를 막기 위한 지혜였는지 모른다.

어쨌든 우리가 이 땅을 버리고 이사 갈 수 없는 한 조상들이 해 온 것처럼 지혜를 짜 내어 자신의 건강을 지킬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는 젊은 도시 거주자들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초미세먼지를 피해 공기 좋고 물 맑은 운남성 따리(大理)로 환경 이민을 간다고 한다. 호흡기가 약한 사람들은 서울을 버리고 미세먼지가 적은 강원도로 환경 망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럴 때일수록 한중 양국의 기상 전문가들이 자주 만나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환경외교가 강화되어야 할 것 같다. 우리의 미세먼지가 중국 탓으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자동차와 산업단지에서 내 뿜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유주열 전 베이징 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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