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계 크게 당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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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동경=박동순 특파원】일본 재계의 실력자들과 조총련 제1부의장 김병식 간의 접촉이 두절됨으로써 10월말 내지 11월초로 예정됐던 대규모 일본 경제 사절단의 북한 방문 계획이 정돈 상태에 빠져 있다고 7일 조일 신문이 보도했다.
이는 지금까지 조총련 안의 김병식 거세 움직임을 묵살했던 일본 신문으로서는 처음으로 조총련 안의 미묘한 움직임을 간접적으로나마 보도한 것이다.
이 보도에 따르면 일본 경제 사절단 북한 방문 계획을 제의, 식촌경단련 회장·목천전 경제 동우회 대표 간사·암좌부 은행 회장 등 재계 실력자들과 비밀리에 접촉해 왔던 김병식은 남북 적십자 회담에 자문위원으로 참석 차 평양에 가면 북한측과 경제 사절단을 맞아들이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협의하고 돌아올 예정이라고 했었는데 일본에 돌아온지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 일본 재계와의 연락이 두절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총련 측과의 연락을 맡은 협아물산의 고해 사장은 『사절단 「멤버」 문제 등을 협의키 위해 몇 차례나 전화를 걸었으나 연락이 없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하고 있으며 일본 상의의 영야 회두는 『도무지 연락이 없다』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통일 조선 신문의 김병식 실각 움직임에 관한 기사에 대해 조총련 관계자가 『김병식에게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3, 4차 남북 적십자 회담에도 자문 위원으로 참가할 예정이며 내주 안에 출발할 수 있도록 법무상에 재 입국 신청을 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으나 김의 그 동안의 활약이 눈부셨던 만큼 재계 인사들은 연락이 두절되고 있는 것을 의아해하고 있으며 재계 인사들과 요정에서 회담하는 등의 김의 지나친 접촉 방식이 조총련 내부의 젊은 층의 비판을 받게된 것 같다는 관측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일본 재계는 김병식과의 접촉이 불가능하다면 오는 20일께 일본에 올 북한측 경제 사절단과 북한 방문 계획을 직접 협의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런데 소식통에 의하면 김병식은 금주 들어 처음으로 대판에 가는 등 약간의 반격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조총련 자체에서도 김과 김의 계열을 거세했을 때에 조총련이 입을 타격을 염려, 최종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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