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장관 등 두 용의자 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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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민은행 아현동 지점 예금주 이정수씨 (38) 피납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그동안 강력범 전과자, 탈영병, 전직 경찰관 등 1백여명의 용의자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수사를 편 끝에 이 사건을 전직 경찰관 등 수사 기관 출신이 저지른 것으로 수사 범위를 좁히고 집중 수사를 하고 있다. 경찰은 지급까지 12명의 전직 경찰관을 용의 선상에 놓고 수사를 해오던 중 모 수사기관으로부터 정보를 이첩 받아 사건을 전후해서 행방을 감춘 전직 J서 순경 이모씨 (38) 등 2명을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 행방을 뒤쫓고 있다.
경찰이 이같이 전직 수사 기관원 출신을 범인 대상으로 좁힌 것은 법인들이 ①범행 시간을 지난 9월12일 서울 시내 전 경찰력이 남북 적십자 회담 북적 대표들이 입경 하는 연도 경비의 「SN 작전」에 총동원되어 시내 경찰 배치에 공백이 있던 때를 잡은 점 ②경찰 전투복 차림에 구하기 힘든 「카빈」을 소지한 점 ③이씨를 납치할 때 평소 경찰관들이 피의자를 다룰 때 흔히 쓰는 연행 방법을 자연스럽게 사용한 점 ④한낮에 행인들의 왕래가 잦은 큰길에서 거리낌없이 이씨를 차에 끌어넣는 등 주위의 이목을 전혀 개의치 않고 대담하게 범행했다는 점 ⑤관용차 「넘버」를 사용한 점 등 범행 수법이 대담하고 특이하기 때문이다.
경찰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쫓고 있는 이씨는 「몽타지」 갑과 인상이 같으며 지난 4월 J경찰서에서 축첩 경찰관으로 적발, 파면 당한 뒤 사건 직전 집을 나가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재직 중에도 몇몇 동료와 함께 자동차를 타고 곧잘 공갈 행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를 쫓고 있는 경찰은 그가 지난 5월 아내 몰래 거주지를 성북구 정릉 2동에서 성북구 동선동으로 옮긴 것처럼 동사무소에 퇴거 신고를 해놓고 주민등록 「카드」에서 자신의 이름을 지운 뒤 동 직원 몰래 사진을 뜯어내고 퇴거지를 칼로 긁어 내 알아 볼 수 없게 해놓고 지금까지 행방을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전출지의 기록을 수사했으나 그가 옮긴 퇴거지가 뜻밖에도 동선동 4가 모 여관임을 밝혀냈고 또 이씨가 지난 8월말 집을 나갔다가 아내가 없는 틈을 타 집에 몰래 들러 자신의 사진을 한 장도 남김없이 몽땅 가져가 버렸다고 한다.
경찰은 이같은 이씨의 행적으로 보아 오래 전부터 범행을 준비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씨의 사진을 사건 현장의 목격자 임관희씨 (31·마포구 아현동 544)와 이순규씨 (30·서대문구 평창동 388) 등에게 보인 결과 두사람으로부터 『이제까지 본 사진 가운데 가장 비슷한 인상이다』는 진술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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