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6」 이후의 「신민」|몇개 회합에서의 대화를 옮겨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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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민당의 시민 회관 대회나 효창동 대회에 그림자도 비치지 않은 사람은 (외유 의원을 제외하고) 이세규 의원 뿐 이어서 새로 형성되고 있는 소장의원들의 수습 추진 「그룹」은 깊고 얕고 간에 양파에 연결 됐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 「그룹」이 양파의 어느 쪽을 더 많이 잠식할 것이며 어느 파에 어떤 이해를 던지게 될지 주목된다.
이 「그룹」의 첫모임인 「아카데미·호텔」 회합 (29일)에서 벌써 유진산씨의 당수 선출을 일단 인정하고 수습책을 생각하자는 「경사」 발언이 나와 이 「그룹」의 진로도 순탄치 않을 듯.
첫 모임의 대화를 옮겨보면….
△이중재 (진산계)=새로운 전당 대회를 갖는다고 하지만 유진산씨의 법통을 일단 인정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그런 연후에 새 당수를 선출하든지 해야 한다.
△김록영 (반진산계)=새 대회를 갖자는 것은 어느 쪽 대회를 부인한다거나, 인정한다거나 하는 얘기와는 다르다. 이런 취지를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해서 『우리 당을 분열과 분당의 위기로부터 구출하기 위하여…』라는 말을 넣자.
△김한수 (반진산계)=나도 친소 관계가 있고 정치적으로 빚진 사람도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은 그런 문제를 떠나 다만 분당을 막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분당한다면 이번이 좋은 기회다. 그러나 갈라졌다가 75년 선거전에 다시 합당할 바에야 지금 무조건 통합해야 한다. 무조건 새로 전당 대회를 열고 집단이건 단일이건 지도 체제는 사전 조정하자.
△최형우 (반진산계·시민 회관 참석)=우선 원칙만을 합의해야지 구제적인 방법을 얘기하면 일이 잘 안된다.
△김현기 (진산계)=각자로부터 자기 계보에서 탈퇴한다는 서명을 받고 일을 추진해나가자.
△유옥우 (불참파) 오홍석 (진산계)=어느 대회의 인정 여부나 새로운 대회를 갖자는 말은 빼고 분열과 분당을 막기 위해 정신만 차리라고 하라. 우리 취지에 동조하는 노원들을 포섭, 범위를 확대하자.
「아카데미·호텔」 회합에 참석했던 사람과 이들의 취지에 찬동, 서명한 의원은 30일 현재 29명-.
▲조윤형 최형우 한병채 김한수 김이권 김승목 박일 홍창섭 강근호 천명기 황은환 이형우 김창환 유갑종 김경인 김록영 심봉섭 노승환 유옥우 서범석 (이상 효창동 대회 참석)
▲이중재 김현기 신진욱 오세응 오홍석 김은하 정성태 정운갑 (이상 시민 회관 대회 참석)
▲이세규 (양 대회 불참)
선관위가 당수 이름을 바꾸어 공고하자 진산계가 싸움에 이긴 기분을 내는가 하면, 효창동파는 침울했다.
지난 28일 중앙선관위가 당대표 명의를 공고한 직후 효창동 김홍일씨 댁에 모인 5인위는 한숨과 분개뿐이었다.
△윤제술=서글픈 마음이지만 선관위에 기대는 안 걸었다.
△김대중=3·15 부정 선거로 당선된 이기붕을 공고까지 했던 전력이 있다.
△양일동=참으로 한심스러운 일이다.
△유청=당수 직인만으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을 생각하면 요절복통 할 노릇이다.
△김홍일=전당 대회 의장이 낸 이의서를 조금도 참작 안 할 수가 있나.
△유청=접수도 않으려는 것을 억지로 했으니….
이날 회의는 김홍일씨의 오른팔 구실을 했던 김재광 의원의 갑작스런 사의 성명이 문제가 됐다.
△김홍일=낮 12시5분께 노승환 의원을 통해 구두로 사의를 전해왔다.
이 중대 시점에서 사의마저 구두로 낼 수 있나.
△양일동=직인도 간수 못한 당사자가 책임진다는 것이 겨우 이것인가.
△김홍일=집과 의원 회관에 네번이나 소재를 알려 달라고 했으나 행방을 모르겠다.
△유청=민주당이 신·구파 파쟁으로 혼란할 때 조병옥 박사는 신파의 이철승 의원을 밤중에도 서너번이나 찾아갔었다.
△김대중=어떻게 하든 사표는 되돌려야 한다.
이에 앞서 지난 26일 저녁에는 유진산씨가 당대표 명의 변경 신청을 접수시킨 것과 관련하여 당수 직인 분실 문제로 논란이 있었다.
△양일동=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갖다줬군. 대수가 책임져야할 일이요.
△김대중=직인도 제대로 간수 못할 바에야 당수 그만 두시오.
△윤제술=어디다 하소연도 못할 기막힌 일이다.
△김재광=난들 별수 있소. 사무처 간사 중 우리한테 동조한 사람있읍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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