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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성화주자 17년-채화에서 전국일순까지 기술 담당한 이용호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26일 마이산 참성단을 출발한 장장 4천리 길의 성화 전국봉송에는 보이지 않는 성화주자임을 자부하는 봉송기술담당 이용호씨(47)가 따른다.
체전을 민족의 행사로 승화시키려는 뜻에서 성화가 시작된 56년 37회 전국체육대회 이후 17년간이나 성화는 이 보이지 않는 성화주자에 의해 채화되었고 또 봉송되어온 것이다.
구름 있는 날이면 행여 태양열로 채화하지 못할까 큰 걱정이었지만 다행이 성화 때마다 하늘이 맑아 오목 렌즈로 채화할 수 있었다고 밝히는 이용호씨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 언제나 허리춤에 부싯돌을 지녀야만 했다.
성화봉송에서 가장 애를 먹었던 시절은 37회 대회 이후 49회 대회까지의 13년간.
솜과 석유를 섞어 넣은 재래식 성화봉은 화력이 약하기 때문에 비오는 날이나 바람 부는 날이면 온 신경이 집중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며 더욱 대구·전주·광주 등지에서 체전이 개최되는 경우 장거리 봉송에 따른 애롯점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다행히 체전 50년을 맞은 69년부터는 고체연료로 만들어진 성와봉을 사용할 수 있어 성화가 거길 염려는 적어졌으나 70년 제51회 체전 이후 11일 동안 1천5백32㎞에 달하는 장거리 봉송을 해야하기 때문에 전국 l주를 마치면 체중이 4∼5㎏씩 줄어도 강행군.
종화차에 있는 종화로 옆에 앉아 전국 4천리 길을 누비는 이 보이지 않는 성화주자는 체육회의 사절이자 때로는 운전사 겸 소방관, 온갖 고생도 시골길의 학생들이 손을 흔들어주면 피곤도 싹 가신다고 말한다.
현재 철도청 영등포 공작창에 근무중인 이 이용호씨는 성화봉송자로서의 자부가 대단, 『앞으로 환갑 때까지는 성화봉송을 자원하고 싶다』면서 온 국민의 성화에 대한 인식을 높여 주도록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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