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북한|불의 북한 통 언론인「장·라쿠튀르」씨 회견 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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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파리=장덕상 특파원】세계의 시선이 집중하는 가운데 두 차례의 남-북 적 회담이 열렸다. 남-북한 당사자의 의도와는 별개로 세계여론은 이 역사적 한반도의 정세변화를 민감하게 반영하고있다. 본사 장덕상 주불 특파원은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파리」정치 대 교수이며「프랑스」원로언론인인「장·라쿠튀르」씨(52)와 회견, 한반도의 새 기류를 타진해봤다.「라쿠튀르」씨는「콤바」·「르·몽드」·「프랑스·솨르」지 등의 기자를 거쳐 현재「누벨 옵세르바퇴르」지 특별기고가로 일하고 있는데「프랑스」의 북한 통으로 알려져 있다. 저서로는『인도차이나 전쟁의 종결』『제3세계 무게』『호지명』『이스라엘과 아랍』등 다수. 다음은 장 특파원과의 1문1답이다.
-제 1, 2차 남-북 적 회담이 평양과 서울에서 번갈아 가며 열렸다. 그러나 상호무력사용을 포기한 7·4 공동성명의 내용을 확인했을 뿐 별다른 진전이 없다. 남-북한은 앞으로 두 정치체제상의 차이점을 어떻게 해소해 나가겠는가?
『현 단계에서 남-북한 사이의 견해차이의 해소는 부정적이다. 물론 앞으로 양쪽의 접근이 평화공존으로 발전하겠지만 피차 정체변화를 가져오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남-북한 국민이 각기 다른 체제에 충실한 이상 상이점의 해소는 가까운 장래에는 불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산가족 찾기의 성공은 분명 통일의 초석이 될 것이다.』
-북한은 가장 폐쇄적인 공산국가로 알려져 있다. 북한을 직접 방문한 당신의 견해는?
『그렇지 않다.「알바니아」는 더 하다. 북한이 엄격하고 서방측과 외교관계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외교는 상대적이다. 서방국가들이 평양정권과 외교관계를 맺으려고 하면 북한도 점차적으로 문호를 개방할 것이다.』
-다른「아시아」공산국가와 비교해서 북한정권의 특징은 무엇인가?
『김일성이 원수라는 사실만으로도 북한정권이 군사적이고 독재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점은 중공·월맹과도 다르다. 중공이나 월맹은 북한보다 훨씬 민주적이다. 월맹은「팜·반·동」「보·구엔·지압」「레·두안」의 3두 체제이고 모택동은 군사적인 직위를 가진 적이 없다. 최근 임 표 실각 후 중공은 더욱 민주화해가고 있다.』
-북한의 김일성 개인숭배는 오래 지속될 것인가?
『나 같은 서방 국 기자는 북한체제가 극히 못 마땅했다. 그러나 한국동란 후 짧은 기간에 이룩한 북한의 발전상은 괄목할만하다. 건설의 총책임자 김일성이 숭앙 받는 한 개인숭배는 계속 될 것이다. 김일성의 군사적 위치가 그대로 있고 또 북한에서는 그의 이름으로 긴장완화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으니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
-지난번 평양 회담 때 취재한 한국기자들은 북한이 민간인 접촉을 허락 치 않아 많은 곤란을 겪었다. 이와 같이 국민과의 접촉을 못 하게 하는 것은 김일성이 남-북 적 회담을 대외적 선전용에 더 큰 비중을 두려는 것이 아닌가?
『정치적 선전을 의식하는 것은 남-북한이 마찬가지겠지만 북한은 한국보다 이점에 특히 중점을 두는 것 같다. 남-북 적 회담이 곧 군사적 불가침조약이나 되듯이 국민들이 잘못 생각함으로써 심리적 무장해제를 초래하는 것을 김일성이 경계하는 것은 사실이다. 남한의 적화통일을「메시아」로 받드는 것은 김일성의 항구여일한 욕망이다. 나도 북한국민과 만날 수 없었음을 밝혀둔다.』
-북한의 경제 사정은?
『김일성이 주창한 집단경제체제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국가총생산 량과 국민소득이 향상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북한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애로점은 석유문제이다. 지금까지 소련에만 의존해오던 석유수입을 작년부터 중공으로 옮겼다. 이에 병행, 중동지방으로부터의 석유수입을 서두르고 있어 무역다극화현상이 보이고 있다. 북한의 국민생활수준이 낮은 것은 사실이나 의식주에 큰 결핍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생활이 대단히 검소하고 상점의 상품은 중공의 그것과 비슷했다. 북한경제는 개인생활의 향상보다는 집단대단위 투자에 주력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또 이점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
-한국통일의 전망은?
『현 단계에선 어둡다. 아마도 20년∼30년 후 남-북한간의 경제교류와 국민간의 상호교류가 이루어지고 난 다음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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