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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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어느 새 본지는 일곱 돌을 맞게 되었다. 정말『어느 새』 라는 말이 실감난다. 정신없이 뛰다보니까 그만한 세월이 흐른 것이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다.
허나 7년이라면 긴 세월이다.「논어」에 보면『선인교민칠년, 역가이즉계애』이란 말이 있다. 「장자」에도『육년이귀입, 칠수이천성, 팔년이부지사, 부지생』이란 구절이 있다. 7년 동안의 수업으로 천과 융합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런 7년을 중앙일보가 이제 맞게 된 것이다. 그럭저럭 메워나간 시간은 결코 아니다. 그렇다고 또「천성」을 감히 자랑할 만큼은 되지 못한다.
새로운 정비와 자생이 필요한 시점에 우리는 이른 것 같다.「7」이라는「매직·넘버」가 그것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7」은 하나의 매듭을 뜻할 때 자주 쓰이는 숫자이다.
구약성서에서 보면 천지창조는 6일로 끝났다. 그리하여「헤브라이」사람들은 7일째를 안식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리스도 교에서는 이날에 그리스도가 부활했다는 사실을 더 강조하고 있다. 그러니까 7일째는 단순히 쉬는 날이 아니다. 새 주일을 위한 시발점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7」이란 숫자를 길하게 보는 것은 꼭「그리스도」교 세계에서 만도 아니다.「이슬람」경의 경전을 보면「마호메트」가 천사에게 이끌려서 하늘을 날았는데 하늘의 최상의 단계인 제7천국에서 신을 맞았다는 얘기가 있다.
불경에서도 보면 사람이 육 도를 넘어서 한 걸음 더 앞으로 내디디는, 곧 일곱 발의 전 진과 성도와를 일치시키고 있다. 석가가『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고 외친 다음에도 꼭 일곱 발짝 걸어 나갔다.
그리고 보면 석존까지를 합쳐서 7불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나 또「그리스」의 7현인, 또 동양의「죽림의 7현」등이 모두「7」자만을 쓴 것은 우연 같지만은 않다.
돌맞이란 어느 경우에 있어서나 기쁜 일이다. 더구나 우리 나라에서와 같이 고난과 시련이 거듭되어온 지난 7년 동안에 단단한 기틀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것은 여간 기쁜 일이 아니다. 스스로 자랑할 만도 한 일이다.
그럭저럭 지낸 7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해를 넘기면 연륜이 쌓인다. 연륜이 많으면 그만큼 나무가 커질 것도 분명하다. 특히 순탄한 땅에서는 나무는 쭉쭉 뻗어 올라간다.
그러나 아무리 연륜이 쌓여도 곧게 뻗어 올라가지 못하는 나무도 있다. 옹이 투 성 이가 되기도 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흉하기만 할 것이다. 사실은 나무에 옹이가 많고, 햇빛을 향해 비뚤어진 나무처럼 아름답고 단단한 것은 없는 것이다.
일곱 돌을 맞아 우리는『칠사칠생』, 해마다 일곱 번 죽고, 일곱 번 되살아 나는 각오로 신문을 새로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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