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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정착개발지|시민의 안전생활을 위한「캠페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지난 홍수는 특히 서울변두리 난민정착지로 출발한 미개발지구일대에 가장 큰 피해를 안겼다.
대표적인 곳이 영등포구 봉천동·신림동·시흥동, 그리고 신정동·목동일대. 이 중에도 신정동과 목동은 장마가 걷힌 지 3일이 지나도록 물이 빠지지 않아 최종침수지역으로 주민들이 물과 힘겨운 싸움을 해야했다.
57년도 남산과 청계천을 중심으로 한 집단무허가지역의 화재이재민을 이주시키기 시작하여 1가구 당 약8평의 땅을 나누어주어 정착시킨 이 지역들은 기본적인 택지조성공사와 하수시설이 없이 무질서하게 마을과 도시로 팽창되어 온 곳들이다.
이런 난민정착지들로서 현재 시가를 이루고있는 지역은 영등포구 이외에도 성북구·성동구·서대문구 등 변두리 곳곳에 있다.
난민이주정착을 시키면서 서울시는 국유지 임야나 공유지 등에 아무렇게나 8필씩 나누어주고 하수도 등 주택지 기본시설은 주민자력으로 하도록 함으로써「스프롤」(평면확대)현상을 빚고 말았다.
서울시가 57년부터 71년까지 벌인 20여개 지역에 대한에 난민집단이주정착은 결국 변두리도시개발이 더욱 어렵게 되도록 흠집만을 이곳저곳 무질서하게 퍼뜨려놓은 꼴이다.
넓은 지역인 봉천동과 신림동을 예로 들어도「스프롤」현상은 막바지에 이르러 있다. 도시형성의 기본요소인 도로·하천·하수도 등이 어디에 어떻게 되어있는지 모르는 형태로 집들이 삐죽삐죽 멋대로 들어서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스프롤」현상이 일어난 다음에야 이 지역의 인구밀도를 감안, 폭 50m의 간선도로를 설정하는 등 뒤늦게 도시계획을 서두름으로써 66년부터 이주 정착된 지 불과 5, 6년만에 도시계획을 새로 세워야하는 고충에 부딪치고 있다.
새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대지와 주택철거에 새로운 보상비를 지불하는 등 뒤늦은 도시건설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어처구니없는 모순에 빠져있는 것이다.
무계획적인 난민집단이주정착은 결국 5년만에 ①계획성 있는 도시형성이 곤란하고 ②획지의 영세로 재개발이 꼭 필요한데도 불가능하며 ③기본시설 및 방역구호 등 사후적 행정수요가 과중하게 되고 만다는 결론을 얻어 70년부터는 난민집단이주를 광주대단지 등 대 단지 조성에로의 전환과 시민 아파트 건립수용이라는 방향으로 바꾸고 말았다.
여하튼 현재 서울시는 영등포구와 성동구일대 정착지에 대한 뒤늦은 도시정비로 예산과 계획에 골머리를 앓고있다.
영등포 1개 구청지역만 해도 도로 1백개소. 제방 44개소, 석축 2백82개소, 산사태 83개소, 교량 12개소 등 총 5백28개소가 지난 홍수로 피해를 입었는데 이 피해지역의 대부분이 과거 난민정착지로 무질서하게 개발되어온 곳들이다.
봉천천·안양천·시흥천·신림천 등은 제방이 곳곳에 파괴되어 주택을 무너뜨리고 하천의 방향마저 바꾸어놓아 위험에 놓인 곳이 많다.
하수시설이 제대로 안 된 곳에 아무렇게나 건축허가가 나간 것도 커다란 문제이며 기본도시계획이 선행되지 못해 신개발지역이면서도 지금 뜯어고치기조차 힘들게 만들어놓고 만 책임은 역시 서울시가 지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무허가 판잣집 철거민이라 해도 완전한 택지공사를 서울시가 책임지고 완성하고 연불로라도 이주민에게 재정적 책임을 지웠다면 오늘과 감은 무질서한「스프롤」현상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수도가 없는 이러한「스프롤」현상지역은 홍수가 아니라 조금만 비가와도 침수현상을 면하지 못한다. 조금 얕은 지역은 웅덩이가 되어 도로를 분간키 어렵게 되는 것이다.
이름은 변두리신흥개발지역이면서도 무질서하게 발전된 이들 지역은 앞으로도 계속 서울의 위성도시로서의 변두리 개발을 좀먹을 것에 틀림없다.
애당초 예산을 조금만 들이면 계획적인 도시건설을 할 수 있었는데 철거이주민들이라고 예산을 아끼다 땅값이 오른 지금, 그 몇 십 배의 예산을 쏟아 넣어도 제대로 시가를 형성할 수 없게 되고 만 것이다. 결국 5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도시건설행정은 서울 변두리곳곳에 침수지역을 만들어 홍수 때마다 시민들이 물난리에 허덕이게 하고 만 셈이다. <양태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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