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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차 유엔총회 한국불상정 표 대결의 기류|3극 각축 속『한국문제』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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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문제에 관해 토의연기와 상정으로 서방진영과 공산진영의 전략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27차 유엔총회가 19일 개막된다. 우리측은「유엔」에서의 토의가 남북회담의 분위기를 깨고 냉전논쟁을 다시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작년과 같이 l년 간 한국문제의 토의연기를 주장한다. 반면 공산 측은 『남북의 자주통일 여건의 조성을 위해「유엔」이 필요한 조치 내지는 지원을 하려면』한국문제를 토의해야한다고 내세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알제리 등 공산 측 28개국은 15일「언커크」의 활동중지, 주한외국군의「유엔」기 사용권 폐지 검토 및 외국군의 철수를 고려한다는 등 5개항의 결의안을 제출했다.
이 알제리 안은「언커크」해체와 주한외국군철수를 내용으로 소련이 주도한 예년의 몽고 안보다는 표현이 유화적이고 중립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문구상의 배려가 있으나 내용적으로는 거의 다를 것이 없다. 그리고 일단 한국문제를 토의하게되면 쌍방의 얘기를 들어야한다는 점을 내세워 남북동시초청을 들고 나오려는 속셈을 유보하고있다.
이번 총회에서의 한국문제공방은 중공이「유엔」에 들어온 후 처음 다룰 한국문제란 점에서 여느 때와 다른 의미가 있다.
제3세계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보호국역을 하려는 중공은「알제리」안 작성과 추진에 주도적으로 간여했다.
알제리 안의 문구상표현이 동시에 철회된 몽고안과는 달리 표면상 유화적이고 중립국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게 된 것은 한국문제토의에서 승리하려는 중공의 집념을 나타낸 것으로 봐야한다.
한국문제에 관한 한 중공과 소련은 공동 제안국으로 일단 보조를 같이하고있다.
그러나「알제리」안 작성과정에서 중공과 소련은 결의안의 표현을 놓고 이견을 드러냈으며 결과적으로 중공의 입김이 더 강하게 작용했다.
이런 관점에서 소련이 동구공산권의 표 외에 아·아 중립국에 대해 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할지는 의문이다.
우리정부는 27차「유엔」총회에서의 한국문제공방을 중공과의 대결로 보고있다. 물론 외무부 당국자들도 한국문제토의연기방식을 장기적인 전략으로는 여기지 않는다.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남북대화를 주시하면서 금년까지의 시한전략으로 판단하고있다.
다만 한국문제에 관해서 한국과 중공의 상호 파워·테스트로서 중시하고있다.
『중공의 공세로 파란이 예상된다. 그러나「아시아」제국의 보호자로 자처하는 콧대를 꺾으면 중공도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그러니 이번에 꼭 이겨야 앞으로 이 문제에 관한 주도권이 확보된다』는 김용식 외무장관의 말은 음미할만하다.
이번에 이겨야만 내년에 새로운 방식을 모색 추진하려할 때 주도적 입장에 설 수 있다는 얘기다.
유엔총회개막을 하루 앞둔 현재의 상황으로는 한국 측이 추진하는 토의 연기안의 가결이 낙관적이다.
한국문제는 토의연기냐 상정이냐 하는 절차문제가 논란의 초점이기 때문에 20일과 21일에 있을 운영위와 22일의 총회토의안건결정 과정에서 조기 결말난다. 물론 만일 토의 연기안이 질 경우 70년 이전과 같이 제1위원회와 총회의 실질토의가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유엔총회 제1의 관문인 운영위는 25개국으로 구성된다. 총회의장국, 12개 부의장국, 7개 주요위의장국 및 5개 안보리상임이사국이 운영위 구성국이 된다. 안보리상임이사국을 제외한 20명의 총회의장·부의장, 주요위의장은 개막식에 이어 총회에서 선출되는데 지역별 코터에 의해 각 지역에서 추천한대로 결정된다. 금년에는「아시아」4개국,「아프리카」6개국, 중남미 4개국, 동구 2개국, 서구 및 기타지역 4개국이 선출「케이스」운영위원국이 된다.
지역회의를 거쳐 운영위원국으로 확정된 나라 중 미·영· 일· 비·「파라과이」·「아이티」·「콜롬비아」·「우루과이」·「벨기에」·「캐나다」·「뉴질랜드」의 11개국은 연기안 지지를, 소·중공·「폴란드」·「체코」·「시리아」·「리비아」·「모티타니」·「기니」등 9개국은「알제리」안 지지태도를 분명히 하고있다.
태도를 분명히 하지 않은 국가 중「프랑스」·「모리셔스」·「아이슬란드」는 작년에 우리의 연기안을 지지했고「이디오피아」·「키프로스」는 기권했다. 「프랑스」의 향배는 장기적으로 주목되며 아직 유동적인「이디오피아」와「모리셔스」의 태도가 운영위표결의 관건이 되고있다. 전문가들은 작년의 13대9 보다는 줄더라도 적어도 2,3표는 이기리라 낙관하고있다.
당초 운영위를 목표로 했던 공산 측도 승산이 적다는 판단을 내리고 총회에서의 득표로 전략을 바꿨다고 한다.
작년 총회에서 한국 측은 공산 측의「유엔」군 철수안을 40표, 「언커크」해체안을 43표 차로, 우리측의 「언커크」보고서를 49표 차로 토의 연기시켰다.
그러나 이번 총회에서는 제3세력에 대한 중공의 득표공세와「알제리」안의 유혹적 표현 때문에 표 차이가 반감될 것으로 보인다.
27차「유엔」총회에서 연기 안이 가결되면 중공도 한국문제에 대한 입장을 재고할 것이지만 우리로서도 국제정세의 변화와 남북대화란 새 차원의 시대에 맞는「유엔」접근방식의 모색이 불가피할 것 같다.
새 방안은 국제사회의 다원화, 남북대화, 세계의 해빙이란 바탕 위에서 모색되겠지만 연례행사에서 재량상정으로, 다시 토의연기로 이행해 온「유엔」대책의 변화과정은 그 방향을 시사해주는 듯 싶다. 【성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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