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변심여인 일가 5명 사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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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홍천=박영신 기자】17일 상오2시30분쯤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 구성포리 구성국민학교 교사 강대성씨(33)가 3년 동안 사귀어오던 화촌국민학교 여교사 이영희양(25)이 다른 남자와 약혼을 하게된데 불만, 이 교사와 친척 등이 자고있던 중국요리 집 대동원(홍천읍 신양대리)에 뛰어들어 엽총으로 이 교사와 이교사의 어머니 이도순씨(65), 큰 형부 박재균씨(41), 둘째 형부 강규남씨(39·군인), 언니 이경애씨(36)등 5명을 차례로 쏴 죽이고 자신도 가슴을 쏘아 자살했다.
같은 방에서 잠자던 박씨의 장남 창진군(13·홍천국6년)과 2남 광진군(10·홍천국3년)과 중국집 종업원 정상범군(16) 등 3명은 사고가 나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옆방으로 피해 화를 면했다. 두 사람은 지난13일 홍천 교육청에 사표를 냈다.
사건직후 현장에 달려온 강 교사의 동료들은 강씨와 이교사가 68년3월 홍천군 내 월운 국민학교에 같이 부임하면서 알게돼 정을 통해왔으나 최근 이교사가 강씨에게『처자가 있다』고 자신과의 교제를 거절하고 17일 상오 다른 남자와 약혼을 하려는데 앙심을 품고 사고를 저지른 것 같다고 말했다.

<범행경위>
경찰조사에 따르면 강 교사는 사건전날인 16일하오 이교사가 17일 약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몇몇 동료 교사와 홍천읍 내 「아서원」에서 술을 마신 뒤, 자기소유의 「윈치스터」엽총이 영치돼 있는 홍천 경찰서 화촌 지서를 찾아가 『고향으로 돌아가게 됐다. 총을 동서지서에 영치시키겠으니 내달라』고 요구, 엄태진 순경(33)으로부터 총을 찾았다는 것이다.
강씨는 총을 찾은 후 줄곧 걸어서 17일 새벽 2시쯤 이 교사와 친척들이 자고있는 대동원에 도착, 『나오라』고 한동안 소리치다가 이 교사 대신 나와『돌아가라』고 설득하는 큰 형부 박재균씨를 먼저 쏴 쓰러뜨린 뒤, 총소리에 놀라 차례로 뛰어나오는 4명을 쏜 뒤 자신도 자살했다.

<강 교사 주변>
강씨는 59년3월 춘천사범학교를 졸업, 고향인 동면 동초 국민학교에 근무하다가 월운 국민학교에 전임되면서 같이 발령을 받은 이 교사와 알게됐다.
고향인 동면 월운리에는 노부모와 부인 안옥자씨(30)와 세딸이 있는데도 미혼여교사와 3년 동안이나 깊은 교제를 해왔다.
이 교사는 강씨가 기혼자임이 밝혀지고 학교와 학부형들에게 자신들의 관계가 알려지자 가족들의 만류로 교제를 끊고 71년3월 6㎞떨어진 화촌 국민학교로 전근, 큰 형부의 소개로 다른 남자와 약혼을 하게되자 『죽이겠다』는 강씨의 협박에 못 이겨 지난9일부터 12일까지 부산으로 같이 여행을 갔다 왔다는 것이다.

<문제점>교사간에 애정관계 지방서 훨씬 더 많아
이 사건은 지방학교 교사들 사이의 애정관계에서 야기되는 탈선과 사생활의 한계를 상사들이 보다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문제점을 주었다.
기혼남교사와 미혼 여교사의 탈선은 오래 전부터「공개된 비밀」로 알려졌으나 학교당국은 물론 학부형들, 심지어 교육청에서까지도 『사생활이다』 라는 이유로 방관하다가 끔찍한 사고를 본 뒤에야 인사관리에 허점이 있었음을 시인, 당황하고 있다.
남녀교사간의 애정편력은 도시보다 지방이 훨씬 많다는 게 교육 관계자들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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