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호텔 시설 사용법 몰라|TV 채널·목욕 물 온도 조절기 등 조작 못해|방마다 김일성 초상화 걸어 놓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북적 대표단 일행이 4박5일 동안 머물렸던 「타워·호텔」 종업원들은 그들이 떠난 직후인 16일 상오 9시40분께부터 어지른 각 방들을 정리하면서 북적 대표들의 미숙한 「호텔」생활 태도를 중심으로 얘기의 꽃을 피우고 있었다.
9층부터 17층 사이에 근무했던 종업원들은 김일성 초상화와 만경대 사진을 방마다 걸어놓고 지냈으며, 그들의 말은 모두 「김일성 운운」하는 상투적인 정치 선전뿐이었다고 말했다.
북적 대표단 일행 54명 중 대부분이 호사스런 「호텔」 생활은 전혀 해보지 않은 듯 「호텔」에 있는 수세식 변소·「엘리베이터」·목욕탕 물·온도 조절기 등의 사용법을 몰라 이를 일일이 시중 드노라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북적 대표들은 도착 당시 수세식 변소 사용법을 몰라 물이 안나온다고 소리치기 일쑤였으며 「텔리비젼」 수상기의 채늘을 바꿀 줄 몰라 종업원이 뛰어가는가 하면 욕조에 붙은 목욕물 온도 조절기를 일일이 맞추어주는 등 혼이 났다고 4박5일간의 뒷 얘기를 들려줬다.
북한 기자들이 묵었던 9층을 담당했던 어느 종업원은 그들이 밤에도 잠을 자지 않고 이 방 저 방에 몰려 수근수근 회의가 잦았으며 각 방에 붙어 있는 「차임·벨」을 한번도 사용치 않고 번번히 문을 쾅쾅 두드려 종업원을 부르곤 했다고 말했다.
11층에도 기자와 자문위원이 들었었는데 15일 저녁 어디서 술을 먹었는지 『서울의 발전상이 눈부시다』『자주 만나서 조국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등 처음으로 정치 선전 이외의 다른 얘기를 했으며 빽빽이 들어선 서울의 고층 건물, 자동차의 물결, 울긋불긋한 시민의 옷, 쭉 뻗은 고속도로에 관해 얘기하면서 우리 나라의 발전상을 부러워하는 눈치더라고 전했다.
특히 이들은 12층·13층을 거의 비워놓고 9층이나 10층으로 내려와 한방에서 여럿이 잤으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 조작 방법을 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락내리락 하며 당황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고-.
이들은 갈 때 김일성 전집 등을 비롯해 몇 가지 선물을 놓고 갔으나 별 쓸만한 것은 없었고 「호텔」측이 각 방 화장실에 비치해 놓은 국산 「제트킹」 전기 면도기와 화장품을 가지고 가라고 하자 하나도 안 남기고 모두 가지고 갔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